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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자화상)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자화상)
- 조용미(1962~ )


폭우가 쏟아지는 밖을 내다보고 있는

이 방을 凌雨軒(능우헌)이라 부르겠다

능우헌에서 바라보는 가까이 모여 내리는

비는 다 直立(직립)이다

( … )

손톱이 길게 쩍 갈라졌다

그 사이로 살이 허옇게 드러났다

누런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치마를 펼쳐 들고 물끄러미 그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입은 두꺼운 삼베로 된 긴 치마

위로 코피가 쏟아졌다

( … )

명료한 삶이란

얇은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것

명왕성처럼 고독한 것

직립의 짐승처럼 비가 오래도록 창밖에 서 있다

시집 자서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삼천 개의 뼈가 움직여/춤이 되듯,/나는 삼천 개의 뼈를 움직여/시를 쓰겠다…’. 쓴다는 온갖 육체적 상처가 직립한다는 거였구나. 그러나 아무리 고통이 심하다 한들, 상처의 나열은 물론 상처의 미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의 명료를 그 끔찍한 명료로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직립의 짐승이 안 되기 위해 인간의 삼베옷을 입고 기어이 꿈을 꾸는 것처럼. <김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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