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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조희연 교육감의 어설픈 혁신고 띄우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부 부처가 내놓는 ‘홍보성’ 연구 보고서를 읽다 보면 종종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다. 20일 서울시교육청이 언론에 배포한 ‘서울형 혁신학교의 운영 성과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그랬다.

 보고서엔 지난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 소재 혁신고 3곳 중 2곳(삼각산고·선사고)과 입학 조건이 비슷했던 일반고 한 곳을 비교했더니 혁신고의 학업성취도, 대입 실적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표본이 적다는 지적을 예상한 듯 “일반화에는 무리가 있다”는 문구만 세 번 등장했다. 이 보고서에 나온 ‘아전인수’ 격 내용 세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연구 대상 혁신고를 비슷한 조건의 일반고와 비교했을까. 시교육청은 비교 대상 일반고 한 곳을 공개하지 않았다. “혁신고와 입학 당시 성적, 가계 소득이 비슷한 강북 소재 15개 고교 중 1곳”이라고만 밝혔다. 연구자에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비교 대상을 골랐을 수 있지 않냐”고 캐물었다. 그는 “혁신학교 학력 저하 우려에 대한 반대 논리를 펼치기 위해 이 일반고를 골랐다“고 답했다. 비교 대상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은 혁신고 두 곳에서 정말 학업성취도가 향상됐는지 여부다. 보고서는 2012년 입학생 중 중학교 내신 하위 10% 학생 비율은 삼각산고(19%)가 일반고(14%)보다 높았는데 입학 1년 후 학업성취도 평가에선 기초학력 미달(100점 만점 20점 미만) 학생 비율이 삼각산고는 13%로 줄고 일반고는 16%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내신(상대평가)과 학업성취도 평가(절대평가)는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혁신고의 대학 진학률이 일반고보다 높은지 짚어봤다. 지난해 졸업생 중 4년제대 합격 비율이 삼각산고 32%, 선사고 38%, 일반고 32%라고 분석했다. ‘인서울’ 4년제 합격률은 삼각산고 19%, 선사고 17%, 일반고 14%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입학생 중 중학교 내신 상위 20% 학생 비율은 혁신고가 일반고보다 더 높다. 한마디로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 분석이다. 학교·전공을 배제한 채 인서울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고 주장하는 것도 혁신학교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혁신고의 성과가 일반고보다 더 높았다 치자. 그렇더라도 일반고로부터 ‘특혜 지원’이란 반발을 무릅쓰며 학교당 1억원씩 지원하고 교육 과정 편성의 자율권까지 주면서 이 정도 성과를 낸 걸 홍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니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학교를 띄우기 위한 부실 보고서란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조희연 교육감은 이런 데 쓸 노력을 ‘일반고 살리기’에 집중했으면 한다.

글=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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