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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버튼' 눌린 당신, 또 낚이셨습니다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온라인 속어 중에 ‘버튼 눌리다’라는 표현이 있다. 트리거(사건의 반응을 유발하는 도화선)와 비슷한 뜻으로, 점잖게 표현하자면 공분을 자아낸다는 말이다. 요즘은 ‘땅콩 회항’이나 ‘알바 무릎 꿇린 백화점 모녀’처럼 갑(甲)질 관련 내용이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법 집행 등 을(乙)의 울분을 자아내는 사연이 네티즌을 ‘버튼 눌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뉴스다. 버튼이 눌리면 댓글 폭탄 등 이른바 ‘광클릭’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열흘 전쯤 교차로에서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려고 정지선을 넘었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는 한 네티즌의 사연에도 많은 이의 버튼이 눌렸다.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상세하게 올린 데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받은 답 메일까지 첨부하는 등 꼼꼼한 정보 제공 덕분인지 아무도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연을 퍼날랐고, ‘생명보다 법이 우선이냐’며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질타하는 언론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가짜였다. 알고 보니 이 네티즌은 구급차와 상관없이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다 무인단속 카메라에 적발된 운전자였다. 심지어 상습 위반자였다. 버튼 눌린 수많은 사람은 그저 잘 짜여진 거짓 사연에 낚인 것이었다.

 낚인 줄 알고 나면 쓸데없이 분노했던 스스로의 모습에 민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매일 다반사로 겪는 일이기도 하다. 소소한 생활정보에서부터 유명인의 검찰 출두 패션에 이르기까지 가짜 뉴스가 전혀 걸러지지 않고 쏟어지니 말이다.

 뉴스 홍수 시대를 넘어 이처럼 가짜 뉴스 시대에 접어든 건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뉴스 기능을 점점 확장하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조사(2013년)에 따르면 미국 성인 30%가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SNS를 통한 뉴스 소비 추세가 점점 가속화하고 있으니 부작용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짓 정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페이스북은 20일(현지시간) 엉터리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거짓 정보를 담은 뉴스를 발견하면 ‘가짜’라고 표시하는 기능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짜’ 표시를 많이 받으면 ‘다수 이용자가 거짓 정보로 판단했다’는 공지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가짜 뉴스의 유통이 소셜 미디어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라면 이를 바로잡는 역할 역시 소셜 기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부지불식간에 버튼이 눌려 가짜 뉴스가 퍼지는 데 일조했다가 이내 잊고 마는 한국인의 속성상 페이스북의 이번 시도가 과연 의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가짜’ 서비스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보도가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닌가 해서 말이다.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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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