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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시시각각] '5년 단임' 덫에 걸린 'MB사업'

이규연 논설위원
요즘 이명박 정부 때 인사들은 좌불안석입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시작될 기세입니다. 일부 신문은 그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는 탐사보도를 연이어 1면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 보도에 따르자면 자원외교는 건국 이후 최고의 무능을 보여준 국책사업입니다. 무뇌아처럼 앞뒤 안 보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는 겁니다. 보도가 맞는다면 정말 미친 짓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욕을 하고 비판을 가하더라도 자원외교의 특성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 다른 어떤 사업보다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10개 실패해도 한 개만 터지면 다 만회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뿐만 아니라 탐사·개발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사안을 임기 내에 해치우려 했다는 겁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어떻습니까. 하천 정비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불과 3년 만에 4대강 모두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훨씬 우세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2년 차에 삽을 떠서 임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음 정부가 이를 계승하지 않으리라고 여겼습니다. 녹색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100m 달리듯이 앞뒤 보지 않고 법제화와 국제기구화에 매진했습니다. 김상협 전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하더군요.

 “좋은 정책이 주로 임기 말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다음 정부에서 뒤집어진다. 중임제도 문제가 많지만 대통령 단임제는 국가의 중장기 정책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는 치명적인 폐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추어 정부가 계속 들어설 수밖에 없다. 녹색성장의 틀을 만들면서도 정부 교체 이후를 항상 고려해야 했다. 다음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어젠다가 모두 폐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법제화와 국제기구화에 주력했다. 5년 단임제는 녹색성장의 숙명과도 같았다.”

 녹색성장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실에서 총리실 산하로 격하되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축소형 신장개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원외교나 4대강과 달리 여론과 국회의 ‘단두대’에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국가 전략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추진력이 약해졌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녹색’ 이름을 가진 부서가 하나둘씩 퇴출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녹색성장은 창조경제의 발가락 하나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5년마다 엎어지는 게 ‘이명박 사업’만도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수사했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을 수술했습니다. 5년 단임의 강력한 대통령제가 등장한 1987년 이후 우리는 중장기 국가 전략을 추진할 수 없는 덫에 빠졌습니다. 창조경제의 운명은 어떨까요. 아마도 자원외교나 4대강, 녹색성장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현 정부는 올해부터 제도·기구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겁니다. 하지만 다음 정부는-비록 정권을 재창출한다 해도-창조경제를 ‘금칙어’로 지정할 겁니다. ‘묻지마 지원’ ‘창조적이지 않은 창조경제’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겁니다. ‘5년 단임’의 강력한 대통령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요.

 자원외교나 4대강 사업을 두둔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단두대에 올릴 사안이 있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5년마다 등장하는 ‘국가 어젠다 지우개’입니다. 미래 전략이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적 구조입니다. “개헌 논의가 심각한 사회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절대 과제’는 남습니다. 국가 전략의 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규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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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