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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권력의 선제적 양보

박보균 대기자
말은 결연해진다. 임기 3년 차 대통령들의 언어다. 국정 의욕은 분출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의는 되풀이된다. “올해가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올해 이 시기를 놓치면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의지 표출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을 이끈다. ‘마지막, 올해를 놓치면’은 절실하다. 하지만 결연함의 반복적 노출은 위험도 동반한다. 단정과 시한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언어는 그런 어휘를 피한다. 걱정스러운 생각이 퍼진다. 경제 회생이 안 되면 내년은 어떻게 대비할 건가-.

 말은 거두어지지 않는다. 배수진은 쳐졌다. 올해는 정권 승부의 해다. 개혁 어젠다가 쏟아진다. 전선은 넓어졌다.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구조 개혁-. 하나같이 버겁다. 박 대통령은 “개혁에 저항도 있고, 왜 귀찮게 하느냐는 등 난리가 나는 게 일종의 금단현상”(20일 국무회의)이라고 했다. 저항과 금단의 돌파 수단은 마땅치 않다. 혁신의 성취 전망도 미지수다. 규제혁파의 부진한 성적 때문이다. 그 기억은 확신감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은 말로 공략했다. 지난해 규제 전선은 말로 넘쳤다. ‘진돗개 정신, 꿈까지 꿀 정도, 암 덩어리, 기요틴’. 작은 규제는 풀어졌다. 덩어리 규제는 해체시키지 못했다. 손톱 밑 가시는 제대로 뽑히지 않았다. 다수 관료들은 대통령 의욕을 따르지 못했다. 실천은 부실했다. 말로 배불렀다. 규제 전선은 교착상황이다.

 대통령은 다시 언어로 압박한다. “그냥 일시에 대한민국에 난리 났네 라고 할 정도로 (경제혁신을)해버려야 한다. 우리는 빨리빨리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속도전 태세는 미흡하다. 환경도 거칠다. 국회의 벽은 높다. 선진화법은 장애물로 버틴다. 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만들기의 혁신 법안은 국회에서 잠잔다.

 개혁의 손발은 현장 공직자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개혁에 미지근하다. 청와대와 일선 공직자 간에 불신 기류가 흐른다. 결정적 계기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다.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때 퍼졌다. 그것은 제3자가 쓰는 질타 용어다. 청와대는 원용했다. 공직자들은 그 말에 질색한다.

 개혁의 성공 요건은 자발적 알림이다. 정책 메시지를 어떻게 신속하게 전달하느냐다. 그것으로 민심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대중을 혁신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다수 공직자들은 그런 데 미숙하다.

 ‘13월의 분노’는 그것을 실감 나게 한다. 공직자들은 대부분 둔감했다. 정부는 연말정산의 바꿔진 세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그것은 소홀함을 넘는다. 사보타주(태업)의 흔적도 드러난다. 직장인들은 기습을 당했다. 민심은 화날 수밖에 없다. 세금 개혁은 민감하다. 개혁의 솜씨는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박 대통령의 재촉은 그런 속에서 이어진다. 금년 내 ‘가시적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그 전략과 방식은 무엇인가. 신바람이다. 신바람은 한국 경제의 독특한 작동 요소다. 한강의 기적은 신바람으로 이뤄졌다. ‘하면 된다’는 집단 열정은 작지만 살아 있다. 그 열정이 재생산돼야 한다.

 혁신의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공무원 연금부터다. 박 대통령은 솔선과 양보를 요청했다. “공공부분이 선도적 개혁을 통해 다른 부분의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밤낮으로 헌신해온 공무원들께서 힘드시겠지만 조금씩 양보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솔선과 양보가 절실하다. 공직사회에 퍼져야 한다. 전제조건이 있다. 청와대의 선제적 실천이다. 청와대의 양보는 인사권의 대폭 이양이다.

 규제는 관료의 권한이다. 규제혁파는 작은 권력 줄이기다. 청와대는 큰 권력이다. 솔선해서 줄여야 한다. 권력의 총량은 유연하다. 권력은 나누면 커진다. 권력 지평은 확산된다. 인사권을 움켜쥐면 총량은 줄어든다. 정권은 작아진다.

 4개 구조 개혁은 난제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 장관들의 기량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소관 부처 인사권을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권력운용의 변화다.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장관들이 부처를 장악한다. 장관 깃발이 펼쳐진다. 개혁 전선은 활기를 띤다. 공직자들이 혁신에 신명을 바친다. 신바람이 국민 속으로 파고든다.

 책임장관제는 박근혜 정권에서 익숙하지 않다. 그 낯섦이 민심을 바꾼다. 혁신의 추진력이 새로워진다. 대통령의 간절함은 실천된다.

 박 대통령은 새 출발의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그 방법은 일부 개각과 청와대 조직 개편이다. 그것으로 쇄신의 한계가 있다. 전환의 동력은 크지 않다. 이 대목도 책임장관제가 해답이다. 문고리 비선 의혹의 바탕은 인사 개입 논란이다. 책임장관제가 문고리 논란도 잠재운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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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