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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58> 정겨운 그 이름, 간이역

홍권삼 기자
‘간이역’. 언제 들어도 정겹지 않습니까. 까까머리 통학생, 할아버지·할머니, 우리 부모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지요. 하지만 자가용이 보급되고 고속철도 가 등장하면서 찾는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경북의 한 간이역은 산타마을로 꾸며져 관광객을 맞고 있습니다.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간이역들은 그 자체가 박물관입니다. 휴가나 방학을 이용해 간이역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느릿느릿 다가오는 추억 … 무작정 내려 걷고싶어라

간이역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철도 행정의 측면에서 보면 역장이 없는 역을 말한다. 간이역 중에서도 직원이 배치돼 있으면 ‘배치 간이역’, 아무도 없으면 ‘무배치 간이역’이다. 코레일의 운전취급규정에 따른 분류다. 역장이 있는 역은 보통역으로 불린다. 서울역·부산역·대구역 등은 모두 보통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수탈의 상징이다. 일본은 경인선(1899년)에 이어 경부선(1905년)을 차례로 개통해 침략의 발판으로 삼았다. 간이역을 통해 식량 등 각종 자원을 본국으로 가져갔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의미다. 말 그대로 시골역이란 뜻이다. 하루 이용객이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 곳이 많다. 하루에 몇차례만 무궁화호 열차가 서는 곳이 대부분이다. 곡선 구간에 위치한 간이역 중 일부는 선로의 직선화 과정에 폐쇄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옛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여서 사색을 하기에도 좋다. 코레일은 역장이 있지만 이용객이 적고 운치가 있는 곳을 간이역으로 부르기도 한다.



 코레일 손혁기 차장은 “어린 시절 등 지나간 날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 간이역”이라며 “조용한 공간에서 ‘느림의 미학’을 감상하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의 추천을 받아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할 수 있는 간이역 12곳을 소개한다.



지난달 25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역을 둘러보고 있다. 이 역은 ‘산타마을’로 꾸며져 다음달 15일까지 운영된다. 코레일이 간이역의 겨울 정취를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사진 코레일]


화본역(중앙선,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일제강점기 전형적인 역사 모습을 볼 수 있다. 36년 건립됐으며 지붕이 ㅅ자형(박공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구 출신 시인 박해수의 ‘화본역’ 시비가 있다. 높다란 급수탑도 볼거리다. 옛날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낡은 콘크리트 급수탑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1899년 등장한 증기 기관차는 67년 자취를 감췄다. 역사와 급수탑은 사진 촬영 명소다. 무궁화호가 하루 6차례 선다. 서울 청량리에서 오전 8시25분 출발하는 중앙선 무궁화열차를 타면 낮 12시41분에 도착한다.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곳이다.



심천역(경부선, 충북 영동군 심천면 심천리)



 1905년 개통된 경부선의 역으로 무궁화호가 하루 8차례 선다. 역 건물이 아름답다. 34년 세워졌으며 정면에서 보면 건물이 옆으로 늘어선 형태다. 건물에 덧대붙인 차양 지붕과 초록색 기와 지붕이 인상적이다. 대합실 출입문 위에는 박공지붕이 얹혀 있다. 플랫폼과 역사를 잇는 건널목을 침목으로 만들어 운치를 더했다. 사진찍기 좋은 역이다. 2006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297호로 지정됐다. 여행객 사이에 ‘무작정 내려 걷고 싶은 역’으로 불린다.



북천역(경전선,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코스모스로 유명한 역이다. 직원들이 역 구내 1만1000여㎡에 코스모스를 심어 가을이면 온통 코스모스로 덮인다. 가을에는 축제도 열린다. 많은 사람이 찾아 가을의 정취를 카메라에 담는다. 역 이름 아래에 ‘코스모스역’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을 정도다. 건물 외벽에는 코스모스와 잠자리 등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겨울철엔 황량하다. 하지만 야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역이어서 정감이 있고 공기도 맑다. 60년대 전형적인 시골역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무궁화호와 남도해양관광열차(S-트레인)가 운행한다.



남평역(경전선, 전남 나주시 남평읍 광촌리)



 30년 간이역으로 출발해 48년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50년 한국전쟁 때 역사가 불에 탄 뒤 56년 다시 지어졌다. 보존 상태가 좋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곳은 역 건물보다 선로의 위치가 높다. 역사에서 플랫폼이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역에서 플랫폼으로 가는 길을 정원으로 만들었다. 각종 다기를 전시한 ‘티 월드(tea world) 갤러리’도 있다. 플랫폼에서 보면 휘어진 철로 모습이 일품이다. 역 전체가 정원처럼 꾸며져 사진찍기에 좋다.



연산역(호남선,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청동리)



 11년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문을 열었다. 현 역사는 57년에 건립됐다. 높이 16.2m에 물 30t을 저장할 수 있는 급수탑이 있다. 벽돌처럼 다듬은 화강석을 쌓아 탑을 만들었다.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됐다. 옆에는 옛 우물이 그대로 있다. 지름 2.8m에 깊이 6m다. 증기기관차에 공급할 물을 확보하기 위해 파 놓은 것이다. 철도문화체험장에서는 선로를 바꾸는 선로전환기를 작동해 보고 선로 보수 때 사용하는 트롤리를 운행해 볼 수 있다. 옛 승차권 발권체험 코너도 있다.



임피역(장항선, 전북 군산시 임피면 술산리)



 조그마한 역사가 그림처럼 서 있다. 일제강점기인 36년 만들어졌다. 일제가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군산항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농촌지역 간이역의 표본으로 건물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건축과 철도사적 가치가 커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됐다. 역 마당과 역사 안 곳곳에 아낙네와 어린이 등의 동상을 세워 옛 역 모습을 재현했다. 이 지역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탁류』 등을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객차전시관에는 일제의 수탈 역사와 채만식의 작품세계, 임피면의 역사와 문화 등이 소개돼 있다.



1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경기도 양평의 구둔역. ?2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승부역. 3 승부역으로 가는 철로 모습. 사진 왼편 콘크리트 터널 위쪽이 승부역이다. [중앙 포토]


분천역(영동선,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동선의 간이역으로 56년 문을 열었다. 승객이 하루 1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지만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와 중부내륙관광열차(O-트레인)가 운행하면서 명소가 됐다. 역 건물을 산뜻하게 리모델링하고 스위스 오지 관광역인 체르마트와 자매결연도 했다. 코레일은 산타와 눈을 소재로 한 ‘산타마을’로 역을 꾸몄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루돌프가 끄는 썰매 조형물, 포토존 등이 설치돼 있다. 산타마을은 다음달 15일까지 운영된다. 다양한 시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장터와 눈썰매장도 있다.



승부역(영동선,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



 경북과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있는 산골역이다. 태백산(해발 1567m) 정상에서 2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98년 관광열차인 눈꽃열차가 운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길이 험해 자동차로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사방을 험준한 산이 둘러싸고 있어 산촌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역 앞에는 60년대 한 역무원이 썼다는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라는 글이 적힌 돌이 세워져 있다. 평지가 제대로 없다는 의미다. 역 앞을 흐르는 하천이 낙동강 상류다. 강 한쪽에 관광객을 위한 얼음 썰매장이 있다.



구둔역(중앙선,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영화 ‘건축학 개론’ 촬영지다. 역사와 플랫폼 사이에 ‘소원나무’가 보인다. 큰 향나무에 소원을 적은 색종이들이 매달려 있고, 아래에는 소원나무임을 알리는 팻말도 있다. 역이 언덕 위에 위치해 마을을 굽어볼 수 있고 경치도 아름답다. 관광객 사이에 역 건물과 전원 풍경이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알려져 있다. 양평군이 관광객을 위해 역 주변에 산책로를 내고 쉼터도 만드는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닿는다. 중앙선 복선화사업으로 인근에 새로운 역이 생기고 구둔역은 폐쇄됐다.



가은역(가은선,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능리)



 한때 탄광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경북 문경의 간이역. 석탄을 실어내던 가은선의 종착역이다. 56년 인근 은성탄광의 이름을 따 은성역이라 이름지었으나 59년 가은역으로 바뀌었다. 출입구에 박공지붕을 설치하고 측면에 대합실을 설치한 당시 간이역의 전형으로 꼽힌다. 광복 이후 역사의 건축기법을 보여주는 건물로 2006년 등록문화재가 됐다. 94년 은성탄광이 문을 닫았고 2004년엔 가은선도 폐선됐다. 지금은 문경시가 철로자전거를 운영하는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변에 옛 광부들의 삶과 연탄 등 에너지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석탄박물관이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역(전라선, 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



 전남 곡성군의 폐 간이역. 전라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지만 복선화공사로 기존 선로를 옮기면서 관광역으로 바뀌었다. 역사는 30년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철로자전거와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어 관광객이 몰린다. 이곳에 있는 4만여㎡의 천사장미공원에는 1004종의 장미가 있다. 5월 말에서 6월 말까지가 절정기다. 아이들을 위한 동물농장과 놀이시설이 있다. 4D영상관과 요술랜드도 건립되고 있다. 2.4㎞를 순환하는 미니열차도 곧 운행할 예정이다. 현 곡성역과 구별하기 위해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구곡성역’으로도 불린다.



별어곡역(정선선,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문곡리)



 강원도 정선군의 간이역. 67년 문을 열었고 84년 역장이 없는 간이역이 됐다. 2005년에는 직원도 모두 철수하면서 정선군이 관리하고 있다. 기존 역사를 리모델링해 억새전시관과 향토사료관을 설치했다. 빨간색 지붕과 황토색 벽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인근 민둥산(해발 1118m)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억새 관광지다. 나무가 없어 민둥산으로 이름 붙여졌다. 대신 갈대가 뒤덮고 있다. 매년 가을 억새축제가 열린다. 별어곡은 ‘큰 벼랑이 있는 골짜기’ 또는 ‘이별의 골짜기’란 뜻이라고 한다. 산골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간이역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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