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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 수수료는 고금리 시대

#1. 2003년 5월. 조흥은행은 대출만기가 2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대출자에게 무는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최대 1.5%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경우 제일은행은 상환금액의 1.5%를, 신한은행은 2%를 수수료로 받았다. 당시 기준금리는 4.25%. 고객이 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을 넣으면 원금의 4.4~4.5%를 이자로 줬다.

 #2. 2015년 1월. 신한·우리·하나·외환·SC·기업·산업은행의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대출 종류에 관계없이 1.5%다. 12년 전과 거의 같다.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로 진입했다. 석 달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내린 뒤 일어난 변화다.

 초저금리 시대. 이자도 수익율도 떨어졌는데 수수료만 고금리 시대에 머물고 있다. 수수료가 부각된 이유는 저금리 장기화 때문이다. 고객은 이자가 쥐꼬리만한데 수수료만 꼬박꼬박 떼가는 은행이 얄밉다. 보다 못한 정부가 조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2013년 5월 중도상환수수료 하향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1년 7개월 뒤인 지난 13일 기업은행이 다음달 5일부터 중도상환수수료율을 0.3~1.0%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은행권 최초다. 종전에는 대출 종류에 관계없이 1.5%를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들에선 움직임이 없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당국은 지난주 “일률적으로 적용 중인 담보·신용대출, 가계·기업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각 은행에 배포했다. 더 이상의 시장 개입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은행도 할 말은 있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바닥 수준이니 수수료 한 푼이 아쉽다는 논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중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국책은행(기업)을 곧바로 따라가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있던 수수료 면제 서비스도 없애는데 중도상환 ‘해약금’을 인하하긴 억울하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해외송금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앴고 하나은행도 2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주던 거래수수료 면제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아예 없던 수수료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일부 폰뱅킹 서비스에서 타행이체 수수료를 신설했다.

 부담은 전부 고객 몫이 됐다.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직장인 박모(37)씨는 "대출을 더 받거나 연장하면 은행이 웃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먼저 갚는다고 해약금만 받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은행 수수료 수익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받을 건 못 받고, 필요없는 건 받아내는’ 기형적 형태를 띄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노진호 연구위원은 “송금이나 계좌개설, 예금 등 은행 고유 업무에 따른 수수료가 낮은 반면, 펀드판매나 방카슈랑스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위탁받은 업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2013년 평균 국내은행 수수료수익 중 업무대행 수수료는 47.4%로 절반에 가까웠다. 1.6%인 미국과 큰 차이가 난다.

 이 같은 구조는 은행에도 독이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업무대행(펀드·보험) 수수료는 그동안 은행에서 예금상품 판매 대체제로 쓰였다”며 “장기적으로 오히려 은행과 고객 거래를 단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복합점포 등 지주 내 비은행 사업 부문으로 수익을 넘기고,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 수수료 체계 전반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이자이익의 60%를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 조정은 국내 은행 산업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예대마진(이자수익)에 매달려선 현상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비이자이익 비중은 총이익의 10% 초반대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열린 신년간담회에서“저금리·저성장 배경에서도 일본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이 30%에 달한다. 우리도 그만큼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저금리 세상에 적응 못하는 건 금융 관련 세금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증권거래세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기본세율이 0.5%이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 0.3%다. 주식시장 수익률도, 증권사 중개수수료도 하향 곡선을 그리는데 거래세만 1996년 그대로다. 업계에서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낮춰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취임한 황영기 신임 금융투자협회장도 거래세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장 세수에 목마른 세제당국은 부정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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