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내 안의 난폭한 엄마를 없애고 싶어요

자녀가 생기면 여성은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나 이상으로 자녀를 사랑하게 되죠. 그런데 그 사랑하는 자녀들과의 관계가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들, 속상해하고 때론 우울증까지도 겪게 되는데요. 다음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사연입니다.

01 공부 가르치다 손찌검하는 부모

Q ‘저는 두 아이를 둔 프리랜서 엄마입니다. 제 고민은 여덟 살 큰아이와의 관계입니다. 제가 수학 전공이라 아이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제 아이 볼을 꼬집고, 꿀밤을 때리고, 등짝을 때리는 손찌검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문제 풀 때 사소한 실수를 해도 불같이 화를 내고요. 손찌검을 하고 나면 깊은 우울감과 후회 속에서 며칠을 보냅니다. 공부 마치고 아이를 안아주려고 하면 아이가 또 맞는 줄 알고 반사적으로 피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엄마가 아니라 괴물이란 생각이 들어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성격이 급하고 모든 일을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또 주위가 어지러워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입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고요.

A 여성이 엄마가 되면 모성애 엔진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모성애는 엄마의 자아를 확장시키죠. 아이와 내가 하나의 존재로 느껴질 만큼으로요. 나보다 아이를 더 소중히 여기고 희생적으로 아이를 돌보게 됩니다. 이 놀라운 모성애가 있어서 인류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엄마의 자녀에 대한 집착 자체는 매우 생물학적인 현상이고, 일단은 무죄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이를 내 몸처럼 여기고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만큼 중요한 엄마의 역할이 자녀를 심리적으로 독립시키는 일 입니다. 모성애는 엄마로 하여금 아이와 나를 동일한 존재로 느끼게 하지만 사실 엄마와 아이는 서로 독립된 개체죠. 그런데 모성애가 지나치게 되면 아이를 내 것처럼 조정하려는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문제는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다른 존재인 자녀를 나도 모르게 조정하려다 보면 아이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아이의 심리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겁니다.

 ‘제 아이는 고3인데 중학교 때부터 사춘기 반항도 없이 항상 엄마 말 잘 듣고 너무 착해요’라 자랑하시는 분들 있는데요, 이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춘기 반항은 매우 정상적인, 어찌 보면 꼭 보여야 할 심리 발달상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반항은 정체성의 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정체성의 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입니다. 내가 누군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게 됩니다. 그 고민이 정서 불안을 일으키고 그 불안이 주변인에 대해 관계 예민도를 증가시켜 날카로운 반응을 하게 하는 것이 사춘기 반항입니다. 충분히 사춘기 반항을 겪어야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단단하게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강한 엄마 밑에서는 엄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춘기가 슬며시 뒤로 밀려 버릴 수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와야 할 정체성의 위기가 밀려 30세에 오기도 합니다. 뒤로 밀려 오면 일이 커집니다. ‘밥 안 먹을 거야’ 정도의 저항이 아니라 ‘회사를 그만 두겠다’, ‘부모를 다시 안 보겠다’ 등 사고가 커지게 됩니다.

 완벽함은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일지 모르지만, 자녀와의 관계에 완벽주의가 스며들면 아이를 지나치게 몰아세울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자녀를 믿어줄 때 자녀 안에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자신감도 커지고 그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심리적 독립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02 아이와 대화가 거의 없는 부모

Q 저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란 이미지로 마흔 넘게 살아온 주부이며 직장인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지 3년이 지났고 두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저는 출근하면서 20~30분 여유를 내어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평화로운데 남도 아닌 아이와 뭔가를 할 때는 꼭 한 번 언성을 높이게 됩니다. 아이가 제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 깨우는 과정에서 혈압이 올라가고 아이의 느린 행동에 또 화를 냅니다. 대화도 “아침 먹어” 정도로 짧게 하고는 끝입니다. 직장에서도 업무적인 보고나 인사 정도만 하고 그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웃기만 합니다. 아이들과 자연스러운 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A 말수가 적은 것은 타고난 특징이지 결함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말이 많은 사람의 대인 관계가 더 깊은 것도 아닙니다. 좀 답답하시기는 하겠지만 말수가 적은 것 자체를 가지고 자신을 탓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 뇌가 지쳐 공감 능력이 떨어진 건 아닌지는 점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남편 사별 후 직장도 다니시면서 두 아들까지 잘 키우고,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훌륭한 삶 속엔 자기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희생을 우리 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뇌의 감성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상황입니다. 뇌를 즐겁게 해주어 충전해 주는 것보다 감성 에너지를 쓰는 일을 더 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죠.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요.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자녀를 돌보셨는데 그 소중한 자녀에게 짜증이 많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적 희생이 있었고 내 뇌가 지쳐 남을 따뜻하게 품을 공감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30분의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신다고 했는데 뇌 충전에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자연은 우리 뇌를 잘 감싸주는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바쁘시겠지만 자녀를 위해서도 내 뇌의 에너지를 다시 충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뇌 충전은 뇌를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문화, 자연, 그리고 좋은 사람과 연결될 때 충전이 일어납니다.

03 잔소리 너무 심하게 하는 부모

Q 인생을 똑 부러지게 사는 법조인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중학생 아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겠다’해서 당황했다며 ‘아내가 아들한테 집착을 하고 잔소리를 심하게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원인을 수사 중이었습니다. 전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제수씨가 아들이나 남편, 가정에 집중 안 하고 나 몰라라 하면 좋겠냐”고요. 그러자 친구는 “아니다. 아내에게 핀잔을 주면 안 되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A 엄마의 잔소리는 무죄입니다. 잔소리는 자녀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에 자녀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잔소리엔 모성애에서 출발한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실려 있습니다. 불안은 위기관리를 촉진하는 신호입니다. 적절한 불안감이 없다면 그 사람은 위기에 허약하게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소통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잔소리는 효과가 좋지 못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심리적 독립이라는 중요한 발달의 숙제를 이뤄야 하기에 일단 잔소리에는 청개구리처럼 반응합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청개구리처럼 저항할 때 엄마와 분리가 일어나면서 ‘나도 독립된 개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열심히 아이를 분석하고 적극적인 조언을 한 엄마는 속상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너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하며 야단쳐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른들 생각 이상으로 아이들은 생각이 많습니다. 어른만큼 표현을 하지 못할 뿐입니다. 자기가 속한 학교와 친구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경쟁도 해야 하는데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속상합니다.

 요즘 경쟁에 지쳐 돌아온 아이들에게 가정이 힐링의 장소여야 하는데 현실은 꼭 태릉선수촌 같습니다. 안아줘야 할 엄마와 아빠가 코치가 되어 한 번 더 야단치니 말입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불안감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을 이야기할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자녀들은 충분히 불안한 상태입니다. 표현을 못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그 불안을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보호막 아래서 자녀는 스스로를 따뜻하게 사랑하는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윤대현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