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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E+F+G+H+I … 난수표 같은 카드공제 입력

3년차 은행원 최모(30)씨는 연말정산을 며칠째 미뤄놓고 있다. 올해 처음 적용되는 ‘전년도 체크카드·현금영수증·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분의 본인 사용액 소득공제’ 처리 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다. 특히 ‘2014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사용금액 중 2013년 사용금액의 절반을 넘어가는 금액에 한해 공제율이 30%에서 40%로 10%포인트 인상된다’는 조항이 문제였다. 그는 “일반인 머리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몇십 만원 아낄 수 있다는 말에 계산기를 두드려봤지만 예외 조건이 까다롭고 산식도 헷갈려 계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체크카드 연말정산에서 헷갈린 이유는 정부가 단기 소비 진작책으로 내놓은 2014년 세법 개정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세월호 여파’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2016년 말까지 체크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40%로 올렸다. 그런데 사용액 증가분을 구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4년 7~12월 사용한 체크카드 사용액이 ▶2013년 연간 소비액의 50%보다 클 경우 ▶그 차액만큼만 공제율 40%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계산만 복잡할 뿐 실제 환급액은 미미하다. 총급여의 25%를 넘기는 부분에 대해서만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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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거듭된 세법 개정으로 공제요건이 복잡해지면서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20년 넘게 연말정산을 해 온 회사원 김모(52)씨는 “세금을 더 거둬 가려면 복잡하지 않게 안내라도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말정산 간소화인지 복잡화인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냈다. 국세청은 전화문의가 폭주하자 담당부서인 원천세과 직원이 전원 비상근무를 하고 있지만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부서 직원은 국세청 직원이라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설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제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는 정반대로 간 데 따른 혼란”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정산은 특히 중산층을 뿔나게 하고 있다. 6세 이하 남매를 키우는 회사원 조모(37·여)씨는 지난해에는 100만원을 돌려받았지만 올해는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할 것 같아 차마 모의 정산을 못해 보고 있다. 지난해는 2세, 4세 자녀 덕분에 ▶6세 이하 자녀 1인당 100만원씩에 ▶다자녀 추가공제 100만원까지 총 300만원 소득공제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부터 자녀 1인당 15만원 세액공제로 바뀌어버렸다. 게다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받을 수 있던 부녀자공제 50만원도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근로자로 축소되면서 조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지난해와 소득도 같고 병원비나 교육비도 추가된 게 없는데 공제만 350만원 빠져버리니 너무 결과가 뻔해 속상하다”며 “곧 설이라 돈 쓸 곳도 많은데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해 아이를 낳고 출산 공제를 못 받게 돼 울상인 동료 직장맘도 많다”고 했다.

 대기업 IT 계열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33)씨는 최근 연말정산 서류를 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의 연봉은 2013년부터 2년째 동결된 3700만원. 카드와 현금 사용액도 비슷하다. 신용카드 2700만원에, 직불카드 870만원, 현금영수증 11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환급액은 지난해 80만원에서 올해 모의 연말정산을 해보니 43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와 똑같은 조건인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환급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13월의 월급은 줄어들었지만 세금 폭탄을 안 맞은 게 어디냐”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부장 권모(42·여)씨는 지난해에는 힘든 일이 많아 신앙의 힘에 많이 기댔다. 고마운 마음에 다니던 성당에 360만원을 헌금으로 냈다. 1년 전보다 200만원 늘린 규모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환급액이 지난해(47만원)보다 줄어든 18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권씨는 “기부를 안 했더라면 세금으로 냈을 항목”이라며 씁쓸해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구희령·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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