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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 대표가 왜 손에 피 묻히나 … 공천권 놓겠다"

16일 오후 8시.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가 나타났다. 문 후보를 만나기로 한 일행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도 테이블에서 끓고 있는 낙지전골을 뒤로하곤 문 후보를 에워쌌다. 여기저기서 “사진! 사진!”이라고 소리쳤다. 문 후보는 그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본지 기자 1박2일 밀착 취재
"대선은 3년 뒤 … 왜 먼저 매 맞냐고?
당 상황 어지간했으면 안 나섰죠"
식당 가자 시민 줄지어 "사진찍자"
참모 "어디든 일정 20분 포토타임"

 “정치를 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게 사진 찍기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저도 모르게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짓곤 하죠.”



 식당을 나서는 문 후보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문 후보는 치간칫솔부터 꺼내들었다. 청와대 근무 때 스트레스로 치아가 상한 뒤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했다. 흰색 카니발 안은 이동식 사무실이었다. 문 후보 좌석 앞뒤·좌우로 서류와 필기구, 집기 등이 놓여 있었다.



문재인 후보가 17일 오후 충남 합동연설회장 인근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그는 전날 밤늦게까지 작성한 연설문을 꺼내더니 문구를 여러 차례 손질했다. 수정한 부분이 익숙해질 때까지 문 후보는 연설문을 낮은 목소리로 읽었다. 문 후보가 원고를 고치는 동안 차에 탄 참모들은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숨을 죽였다. [강태화 기자]


 -어디로 가십니까.



 “오늘은 비교적 일정이 일찍 끝나 집으로 갑니다.” (이날 문 후보의 공식 일정은 하나였지만 중구 식당 방문 같은 비공식 일정은 7개였다.)



 -(웃으며) 너무 일찍 퇴근하는 건 아닌가요.



 “보좌관들이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서 엄청 혹사를 시키죠. 하하. 오늘도 아침부터 다녔는데 내일 연설회를 준비해야 해서….”



 -출마 선언 때 “독해지겠다”고 하셨는데 독해지셨나요.



 “모진 성격은 아닌데…. 당의 변화나 혁신을 독하게 하겠다는 거죠.”



 -공천 때 ‘손에 피를 묻히겠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정색을 하며) 아니, 대표가 왜 손에 피를 묻힙니까. 그건 공천을 대표가 사사롭게 할 때 얘기죠. 자기 사람 공천 주는 것도, 싫은 사람 배제하고 피를 묻히는 것도 대표가 할 일이 아닙니다. 투명한 공천이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거죠.”



 - 시스템대로라면 친노 핵심 중진도 탈락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요. 조건에 들지 않으면 누구라도 탈락할 수 있죠.”



 30여 분을 달린 차가 구기동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다음 대통령선거가 3년이나 남았는데 굳이 출마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대선이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지나요. 당의 존립이 흔들리고 총선 참패를 할 판인데…”라고 했다. 그러곤 “당 상황이 어지간하기만 했어도 굳이 이런 길을 걷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분당설 등을 묻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16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당권 도전 후 처음으로 일찍 귀가한 문 후보를 맞고 있다.
 “광주에 가면 제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광주에 오면 서럽다’고…. 당이 지역주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호남이 늘 소외되는데도 내부에서 또 지역을 가르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설령 제가 다른 지역의 지지를 받아 이긴다고 해도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강력한 변화나 단합을 이끌 힘을 얻기 어렵죠. 그래서 호남의 적자가 되겠다는 말을 했죠.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 공부할 때 주민등록까지 옮겼으니 저도 법적으론 한때 전남도민이었습니다.”



 차가 집에 도착하자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반갑게 맞았다. 문 후보는 기자가 보는데도 스스럼없이 “잘 있었어?”라며 김 여사의 어깨를 토닥였다. 김 여사는 “우리 남편이 비를 맞아서 머리가 이렇게 됐네. 머리를 좀 올리고 해야 하는데…”라고 했다. 김 여사는 이날 문 후보 대신 대구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뒤 먼저 귀가했다고 한다.



 토요일인 17일 충남 공주에선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오후 1시 공주 시내 한 중식당 앞에서 문 후보를 다시 만났다. 이날도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한 참모는 “사진 찍자는 요청이 많아 일정 짤 때 미리 20분을 포토타임으로 잡지 않으면 다음 일정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했다. 연설회장으로 향하는 문 후보의 차에 다시 올라탔다.



 - 시민들의 호응이 높습니다.



 “일반 민심은 압도적이죠. 다만 당심과 간극이 있을 수 있어 긴장하면서 선거에 임하고 있습니다.”



 - 차에서 식사하실 때도 있나요.



 “그냥 보좌관이 갖다 주는 거 먹습니다. 자기들 먹고 싶은 거 먹는 셈이죠. 하하.”



 문 후보는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차를 공터에 세우게 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었다. 15분 정도 정적이 흘렀다. 원고를 넘기는 소리와 고쳐 적는 소리만 들렸다. 연설문을 다 읽었나 싶었는데 다시 꺼내 수정할 곳에 줄을 긋고 고쳐 적었다. 한 참모가 “시간 됐습니다”라고 하자 문 후보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옷 매무새를 고쳤다. 잠시 후 차 문이 열렸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선거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몰려 들었다.



글, 사진=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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