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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소통 없인 경제 살리기도 없다

[일러스트=박용석]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소통은 모든 민주사회에서 중시되는 보편적 가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소통을 민주국가의 혈류(血流)에 비유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지난 2년간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소통 강화 필요성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물론 소통은 대통령과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 부처 장·차관 이하 전 부처 차원에서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사실 하나의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정부 정책으로 입안(혹은 입법화)돼 당초 목적한 바의 효과를 얻게 되는 전 과정을 소통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정책은 정책 담당자와 전문가 간의 소통, 정책 소관부처 내 횡적·종적 소통, 정부 내 관련 타 부처와의 소통, 그리고 정치권(국회)과 언론 및 대국민 소통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집행돼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차원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관련 이해당사자가 많고 정치·사회적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일수록 정부 내외의 원활한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살리기와 경제 부흥을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노동시장, 수도권 규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범정부적 차원의 소통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고 각 부처 장관의 대통령 대면보고와 소위 독대의 기회가 가능한 한 자주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기회는 각 부처 장관들이 국정운영에 관한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소신을 갖고 소관업무를 일관되게 추진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대면보고 이후 짧은 시간이나마 아무 배석자 없이 이뤄질 수 있는 독대는 다른 어떤 자리에서도 할 수 없는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가능하게 해 상호 신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소관부처 장관의 대면보고 시 실무 실·국장을 배석시켜 실무적 사항에 대해 대통령께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들 실무 정책책임자가 직접 대통령께 보고하고 대통령의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에게 특별한 동기를 부여하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고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의 직접 소통에 더해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관련 수석비서관 간의 원활한 소통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간의 소통은 대통령이 뜻하는 방향으로 관련 부처 업무가 장관 책임하에 잘 이뤄지게 도와주는 차원의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 비서진이 전면에 나서 부처 업무 추진에 간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 및 대국민 소통의 상당 부분은 정책 소관부처 장관 이하 모든 공직자가 담당해야 한다. 최근 들어 국회와 정치권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행정부 쪽의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상당 부분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행정부 쪽에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여론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언론 접촉 등 소관부처 차원의 소통 노력은 대폭 강화돼야 한다. 더욱이 정부 정책 관련 소통은 정책의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설명할 수 있는 소관부처 차원의 노력이 소통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별개의 정부 조직이나 청와대의 어느 특수 기구의 노력에 비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부처 차원의 소통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건 마련은 필요하다. 우선 한번 임명된 장관은 가능하면 대통령 임기와 함께한다는 원칙 아래 각 부처 장관에게 소관부처 공직자의 인사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 부처 공직자의 소통 노력 관련 보상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외부와의 소통에 앞서 정책 소관부처 내의 원활한 소통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부처 내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부처 내에서도 장·차관과 실·국장 간, 그리고 정책 소관 실·국 내 상하 공직자 간의 대면보고와 토론 기회도 많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과 세종시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는 장·차관과 고위 정책담당자와 일선 실무자 간의 줄어든 대면보고와 토론을 통한 소통 기회를 보완할 수 있는 장단기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소통 강화 노력으로,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착각(illusion)’이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풍자적 경구(警句)가 박근혜 정부는 빗겨가게 되길 바란다.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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