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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본지에 '커피 한잔 할까요?' 연재하는 허영만 화백






그림 = 허영만
글 = 이호준

허영만 화백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화실의 작업용 모니터 앞에 앉아 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로 만화 인생 40년을 맞는 허 화백은 새 연재를 앞두고 “신인처럼 설렌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인섭 기자]

허영만(68) 화백이 돌아왔다. 커피 한 잔을 들고서다. 19일부터 중앙일보에 새 만화 ‘커피 한 잔 할까요?’를 연재한다. 지금까지 『식객』 『타짜』 『꼴』 등 스케일이 큰 만화를 선보였던 그다. 그런데 이번엔 커피가 주제다. 제목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드러운 문장형이다. 그림체도 가뿐해졌다. 그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아 변신의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첫 질문부터 기자는 뒤통수를 맞았다. “커피를 잘 못 마신다”는 그의 대답 때문이다. 커피도 못 드시는 분이 어떻게 커피 만화를 그릴 수 있느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그럼 내가 태권도 유단자라서 『각시탈』을 그렸겠소? 어린 시절 도장 일주일 다닌 게 전부요. 커피를 모르니까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접근해가는 거지요.”

 듣고 보니 그렇다. 『꼴』을 그릴 때는 국내 유명 관상가인 신기원씨에게 일주일에 세 시간씩 3년 반 동안 관상 보는 법을 배웠고, 『동의보감』을 그릴 때는 2년 동안 한의사에게 과외를 받았다. 『타짜』에 나온 도박장을 그리기 위해선 강원랜드의 카지노를, 『식객』의 소고기 분할 정형 장면을 그리기 위해선 도축장을 취재했다. 모두 일반인의 출입이나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문외한으로서 접근했으니 흔한 커피라고 만만했을 리 없다. 『식객』 때부터 함께해 온 이호준 작가와 함께 전국에 있는 커피 고수들을 만나러 다니고 시골 허름한 다방까지 구석구석 훑었다고 한다.

 - 커피 애호가일 줄 알았는데 의외다.

 “아니다. 아메리카노를 오전에 한 잔 마시는 정도다. 오후에 마실 경우 카페인 섭취 분량만큼 술을 마셔야 잠을 이룰 정도로 카페인에 예민하다. 한번은 화실 식구들과 족발을 시켜 먹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더라.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족발에 색을 내기 위해 커피를 넣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더라. 다음날 족발 가게를 찾아가 ‘커피 넣으셨소’ 하고 물으니, 사장이 아무 말도 안 하더라. (웃음)”

 - 그런데 왜 주제를 커피로 정했나.

 “요즘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기도 하거니와 관심을 많이 가지는 주제라 커피로 정했다. 제목도 영어 잘하는 사위에게 물어 ‘Some Coffee?’로 했다가 만화와는 따로 노는 느낌이라 ‘커피 한잔 할까요?’로 바꿨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많이 하더라고? 하하하.”

 - 커피를 잘 모르는데 커피 만화를 그리는 것이 가능한가.

 “일본에 유명한 낚시 만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은 정작 낚시를 할 줄 모른다. 모르는 사람으로서 접근하는 것의 장점이 있다. 모르는 데서 출발하니까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볼 수 있는 만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딜 가든 고수는 있다. 맛있는 것 주면 먹기나 하지 이러쿵저러쿵 떠들면 ‘얄팍한 지식으로 뭘 저렇게 말이 많아’라고 사람들이 욕한다.”


 - 만화 하나가 끝날 때마다 해당 분야의 박사가 되겠다.

 “내 참! 나만 그런지 다른 사람도 그런지, 뇌세포가 앞에 건 다 퍼내고 지워가며 쓰는 건지 지나고 나면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매일 메모를 한다. (그림과 글씨가 가득한 메모장을 보여주며) ‘오늘은 누가 몇이 와서 무슨 얘길 하고 갔다’, 이런 것까지 다 메모를 한다.”

 - 만화 『꼴』 연재 이후엔 관상을 봐 달라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

 “하하하. 우리 선생(신기원)이 관상은 10년 봐야지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난 3년 반밖에 공부를 못했다. 그런데도 봐 달라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선생에게 물어봤다. 선생이 세 가지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더라.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야기하지 말라, 다툼이 생긴다.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기분이 상한다. 돈을 받지 않고 말하지 말라,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 지금은 누가 물어보면 ‘꼴 좋습니다’하고 만다. 소소한 얘기라도 듣는 사람의 가슴에 콱 박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안 된다.”

 - 온라인 연재도 시도했었다. 왜 다시 신문 연재를 택했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끼여 있는 세대의 작가로서 2년 전부터 종이 대신 모니터에 작업을 하고 있다. 편리한 점도 있긴 하지만 모니터에는 고통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해 만화를 보면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작가들의 노고가 너무 쉽게 가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몬테 월시’라는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들처럼 종이 만화 역시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다.”

 -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가 문하생으로 있었다고 들었다.

 “집안에 경사가 난 거지(웃음).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화실이 있었을 때 윤태호가 와서 문하생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그랬더니 윤태호가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아침마다 화실로 올라와 자리 있느냐고 묻더라. 며칠 뒤 마침 자리가 나서 문하생이 됐는데 그때부터 ‘싹수’가 보였다. 『망치』라는 만화를 그릴 때였는데 비행기를 그리라고 했더니 아주 잘 그렸더라. 문하생의 장점은 자신이 그리기 싫어도 그리라고 하면 그려야 된다는 거다. 혼자 그림을 그리면 자기 나름의 그림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 못 그리는 건 안 그리고 피해가게 되는 한계도 있다.”

 - 70년대는 이상무 화백, 80년대는 이현세 화백에 밀려 늘 2인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1인자라는 생각이 드나.

 “웹툰에서 활동하는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은 많지만 우리 나이에 연재하는 사람이 없다. 나 혼자 남았다. 스스로 1등이 되려고 한 적도 없고 늘 5등 안에만 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1등이란 말도 못해보고 혼자가 됐다.”

 - 장수의 비결은 무엇이라 보나.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늘 하는 소리가 왜 10년 전과 말이 다르냐고 하는데, 바보 같은 얘기다. 10년 전 좋아했던 짜장면도 지금은 싫을 수가 있다. 오히려 예술가에게 있어서는 이런 변덕이야말로 상급의 소양이라 할 수 있다. 주제를 놓고 가지를 뻗쳤다가 잘랐다가 뒤집었다가 구부렸다가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그런 타고난 변덕이 밑거름이 된 게 아닌가 한다.”

 - 그리는 그림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건방진 얘기 같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손을 놀린 것. 한마디로 바지런해서가 아닐까.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화판에 몸을 가둔다. 봐야 될 자료는 저만치 떨어져 있다. 그럴 때 몸을 쭉 빼서 자료를 꺼내 자료 속의 그림을 찾아 그리는 것. 고추·마늘 같은 건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지만 김장 재료를 그리면서 고추·마늘까지 일일이 보고 그리는 것. 그런 성가심을 스스로 극복해낸 게 도움이 되었다.”

 성가심을 극복한다는 것은 일종의 수양(修養)에 다름없다. 그 정도 연륜, 그 정도 경지라면 좀 더 쉽게 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알록달록한 털모자를 쓴 노장(老將)은 답했다. “우리 애들(문하생)한테 늘 이야기한다. 칼싸움하는 만화는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을 정도로 칼을 잘 그려야 하고, 전쟁 만화는 무기를 실감나게 그려야 하고, 먹는 만화는 흑백으로 봐도 군침이 돌게 그려야 한다고. 이번엔 커피니까 커피를 잘 그려야 한다. 에스프레소(커피 원액) 위에 크림으로 작품을 그리는 것 하나하나 보면서 그리고 있다. 독자들에게 그 향기까지 전달됐으면 좋겠다. 이러니 내가 힘들어서 살겠소!(웃음)”

글=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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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