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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작심삼일이 고민인 직장인

01 목표가 클수록 실패 확률도 커

Q
(꼭 담배 끊겠다는 32세 남성) 제 고민은 ‘작심삼일(作心三日)’입니다. 연초에 큰 맘 먹고 계획을 세우는데 몇 주는 잘 하다가 흐지부지 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술·담배를 하고 몸도 과체중입니다. 계획이 강할수록 동기 부여에 좋다고들 하길래 지난해 1월엔 술·담배 모두 끊고 매일 운동하겠다 결심했죠. 화끈하게 피트니스 센터도 1년치 카드로 결제했고요. 처음 일주일은 잘 지켰는데 회사 일로 바빠 하루 이틀 운동을 빠지게 됐고 회식 자리에서 한 잔 두 잔 하다 보니 모든 계획이 와르르 무너져 결국 그 어느 때보다 운동 안 하고 술·담배 실컷 한 2014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는 계획이 약해서 제 동기가 떨어진 걸까요, 올해는 더 세게 건강관리 계획을 세워보면 도움이 될까요?

윤대현 교수
A (인생에 꼭이란 없다는 윤 교수) 결심이 강한 만큼 목표도 커야 결과가 좋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내 생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목표가 처음에 너무 크면 오히려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 쉽습니다. ‘이제 술 끊고 매일 수영하려고요’, 목표는 크고 멋지지만 사흘 열심히 하다 하루 빠지면 계획을 못 지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다시 하려니 기분이 나빠 아예 그만두어 버립니다. 자기가 만든 계획을 수행하지 못할 때 사람은 동기가 확 꺾여 버립니다. 작심한 것을 포기 않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수적입니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와 금연을 시작하려는 중년 남성분이 저에게 결심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부터 담배 끊고 하루 한 시간씩 매일 운동하겠습니다.” 저에게 칭찬을 바라는 눈빛입니다. 일단 웃어 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둘 중에 하나를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일단 담배는 계속 태우시고 운동부터 할까요. 그리고 일단 운동 계획도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꼭 할 수 있는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하루에 10분 정도로 주 2회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니 이상한 의사란 눈빛입니다. 담배를 계속 피우라니, 그리고 운동도 적게 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죠. 나 못 믿냐, 섭섭한 눈빛도 보입니다.

  작심삼일을 막고 다이어트나 금연 같은 건강 행동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잘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심리학 요인을 자아효능감(self-efficacy)이라 합니다. 내가 어떤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죠. 자아효능감은 동기부여와 직결되기에 자아효능감을 키울 때 건강 행동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자아효능감을 키우는데 중요한 것이 첫 성공 경험입니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하지만 내 건강 행동 변화를 위한 심리 전략 측면에선 너무 큰 계획으로 인한 실패 경험은 자아효능감을 떨어지게 합니다. 변화에 대한 동기를 앗아가 작심삼일의 실패로 끝나 버리게 하죠. 통증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정도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작은 계획부터 시작해 서서히 계획을 확장하는 것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자아효능감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연구돼 있습니다.


02 인생의 ‘마지막 해’라고 상상하라

Q
그렇군요, 작은 계획부터 실천해 봐야겠네요. 전 계획은 크고 실천을 못해서 문제인데 반대로 결혼을 약속한 제 여자 친구는 실천을 잘하면서도 스스로를 너무 볶아대 안쓰럽습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가계부도 꼼꼼히 쓰고 절약하고 꼬박꼬박 적금 붓고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전 계획만 크고 잘 실행하지 못해도 다음에 하지 하며 대충 넘어가는데 제 여자 친구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못하면 거의 자신을 학대하는 수준입니다. 제가 도움 줄 말이 있을까요?

A 새해에 두 분이 올해 목표를 세우는 데 있어 감성 목표 세우기도 함께 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먼저 종이 두 장을 좌우로 나란히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우선 왼쪽 종이에 다섯 개 정도의 올해의 목표를 정해 봅니다. 일과 관련된 것도 있을 수 있고 운동이나 외국어 등 자기 계발과 관련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다 적었으면 그 다음엔 오른쪽 종이에 2015년이 나의 마지막 해다 생각하고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보는 것입니다. 올해의 버킷리스트라 할 수 있겠네요. 죽음이란 단어를 이야기하면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끔 죽음이란 단어를 내 뇌의 감성에 던져 보는 건 상당한 심리적 유익이 있습니다. 내 마음, 내 감성이 정말 하고픈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다 썼으면 오른쪽과 왼쪽의 목표를 비교해 봅니다. 하나도 겹치는 것이 없다면 나는 너무 건조한 이성적인 목표로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모범생의 일년 목표인 셈인데요. 여기서 모범적인 삶이란 내 개인의 감성적 가치보다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에 더 충실하게 사는 사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훌륭하고 소중한 가치의 삶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모범적으로만 살면 우리 감성은 질식하게 됩니다. 행복 과학의 연구 결과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면 그 이후로는 소유보다는 심리적 자유감이 상승할 때 사람의 행복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적 자유감은 내 개인적인 감성의 가치가 만족될 때 찾아오죠.

 버킷리스트에 적힌 일만 하며 살 순 없지만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감성이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한 개 정도는 올 한 해 꼭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목표 이상으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감성의 목표도 중요합니다.


03 자기를 믿어야 불안이 줄어든다

Q
여친과 함께 해보아야겠네요, 제 가까운 사람들 상담을 다 받게 되네요. 이번엔 제 남동생인데요, 명문대 나와 잘 풀릴 것 같았는데 취업이 좀 꼬이면서 직장을 알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성실해 잘 풀릴 것으로 예상했고 지금 좀 힘들어도 잘될 것이라 믿고 있는데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합니다. 덕담 해주려고 새해 목표가 무어냐 물었더니, 올 한 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겠다 하네요. 취업 준비도 이 회사에 원서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서류 접수 기간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옆에서 너무 답답한데 쉬운 결정도 못 내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 햄릿은 자기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복수만을 24시간 365일 생각하지만 번민과 갈등에 실행을 주저합니다. 햄릿의 번민이 담긴 명대사가 있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분별심 때문에 우리는 모두 겁쟁이가 되는구나, 생기 넘치던 결심은 창백한 병색으로 물들고, 의기충천하던 위대한 뜻도 그 때문에 옆길로 빗나가 실행의 힘을 잃고 만다’가 그중 일부인데요, 멋진 말이긴 한데 도대체 하겠다는 것이지 말겠다는 것이지 옆에서 보는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햄릿 증후군이란 용어까지 있습니다, 결정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데요. 햄릿은 왜 잘 결정을 내리지 못할까요?

햄릿은 불안형 인간입니다.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은 불안의 다른 표현이죠. 완벽함을 추구하나 나에 대한 불신이 불안을 가중시키죠.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강박적 햄릿형 인간이 증가하게 됩니다. 자신이 햄릿형 인간이라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환상형 인간이죠. 자신을 멋진 기사라 믿기에 결정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강한 긍정성이 존재하는 것이죠. 돈키호테의 허황됨은 영 아니지만 햄릿의 불안엔 행복이 깃들 수 없죠. 자기를 믿어야 불안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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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