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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있죠, MRI부터 찍읍시다"



회사원 박모(41·여·서울 중랑구)씨는 지난해 초 목 통증이 심해 서울의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실손보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있다”고 했더니 내시경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성형술을 권했다. 물리치료법도 있지만 빨리 효과를 보려면 그 방법이 낫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그날 수술을 받았고 실손보험 보상을 받기 위해 6시간 이상 입원했다가 당일 퇴원했다. 300만원이 넘는 수술비는 보험사에서 돌려받았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27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런 고가의 수술이나 검사, 불필요한 입원 등 과잉 진료가 심해지고 있다. 우선 실손보험이 있을 경우 일부 병원의 진료 방향이 달라진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고가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부터 한다. 주부 김선미(54·경기 안양시)씨는 지난해 중순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다. 병원 측은 실손보험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50만원짜리 MRI 촬영 후 300만원짜리 내시경 수술을 권했다. 겁이 난 김씨는 의사인 조카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조카는 “약물치료와 운동이면 된다”고 했다. 김씨는 “ 수술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맹장염 수술을 한 최모(50)씨는 자가통증조절기(PCA)와 무통주사 권유를 받았다. 비용은 12만원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의사가 적극 권유해 이 장치를 달고 무통주사를 맞았다. 환자한테 물어보지 않고 이 장치를 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손 진료’가 늘면서 의료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현대·LIG·동부화재 등 ‘빅4’가 지출한 실손보험의 비보험 진료비는 2011년 7581억원에서 지난해 1~10월 1조5305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가입자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그 결과 빅4 보험회사는 지난해 1~10월 가입자에게서 걷은 보험료보다 31.6%를 더 지출했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회사들은 올해 들어 5년 만에 보험료를 최고 20%(평균 10%) 올렸다. 결국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런 현상은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손보험 때문에 불필요한 입원이 늘어나는데 입원비는 건강보험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입원환자가 2011년에 비해 31만 명 늘었다. 보험 사기도 성행한다. 대구시 주민 189명이 병원과 짜고 2009년 3월부터 4년8개월 동안 입원한 것처럼 꾸며 주민들은 16억원의 실손 보험금을 탔고 병원은 16억원가량을 건보 재정에서 받았다가 적발됐다.

 실손보험의 장점도 있다. 환자의 부담은 줄고 최신 의료 기술을 접할 기회는 늘어난다. 회사원 유모(34)씨는 2012년 췌장에 이상이 생겨 절제 수술을 해야 할 판이었다. 병원 측은 “절제하면 당뇨가 올 수 있다”며 에탄올을 이용한 최신 시술을 권했다. 세 차례 시술 끝에 호전됐다. 실손보험이 없었으면 비용(2000만원)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을 일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기 때문이다. 2012년에 62.5%였고, 현재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는 환자들이 부담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원길 부원장은 “건보 보장률을 끌어올려 실손보험의 영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박승호 과장은 “비보험 진료는 통제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조속히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이에스더 기자

◆실손(實損)보험=실제 진료비만큼 보장하는 민영보험. 암보험 같은 정액 보장상품과 구별된다.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하기도 한다. 질병당 외래진료는 30만원, 입원은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일반적이다. 법정 본인부담금의 90%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비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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