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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드 제인

또 하나의 영역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테러리스트 세계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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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연쇄 테러 사건의 용의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하야트 부메디엔(26)에 대한 수배령을 계기로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가리개)을 쓴 여성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N은 11일(현지시간) “여성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여성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거스르는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며 “특히 비(非)아랍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당국의 수사망을 피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하드 제인’이라는 인터넷 가명으로 활동한 미국인 백인 여성 콜린 라로즈(51)가 대표적이다. 지하드 제인이란 이슬람 성전(聖戰)을 뜻하는 ‘지하드’에 유명 여배우 데미 무어가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 실)의 대원으로 출연한 영화 ‘지아이 제인’(1997년)의 ‘제인’을 붙여 만든 말이다. 라로즈 이후 자생적인 미국 여성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는 2005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2009년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를 조롱한 스웨덴 만화가 라르스 빌크스를 살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 경찰에 체포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2005년엔 벨기에 출신 무리엘 드고크(당시 38세)가 이라크에서 미군 호송차량을 향해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하다 숨졌다. 유럽 출신의 백인 여성이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인 첫 사례였다. 그는 90년대 중반 알제리계 무슬림과 결혼한 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이후 모로코 출신의 남성과 재혼하면서 브뤼셀의 무슬림 집단촌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무슬림보다 더한 무슬림’으로 변해갔다.

 영국 국적의 서맨사 르트와이트(32)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의해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인물이다. 그에게는 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2013년 67명의 목숨을 앗아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현장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르트와이트는 2005년 26명이 숨진 런던 지하철 테러를 일으킨 자살폭탄 테러범 저메인 린지의 부인이다. 러시아에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대항한 체첸 여성 테러범들을 일컫는 ‘블랙 위도우(Black Widow)’에서 따와 ‘화이트 위도우(White Widow)’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성 테러리스트들의 증가는 시리아 내전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테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시리아에 입국했거나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사람 455명 중 36명(8%)이 서구 출신의 여성이다. 평균 연령은 18세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지하드 전사와의 결혼을 꿈꾼다. 지난해 4월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출국하려던 섀넌 콘리(19)는 미 콜로라도주 덴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콘리는 인터넷에서 만난 IS 전사와 결혼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진술했다.

 CNN은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여성에게 지하드에 참여할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한편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은 부메디엔의 행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메브루트 타브소블루 터키 외무장관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부메디엔이 2일 이스탄불에 도착, 일주일간 호텔에 머무른 뒤 8일 시리아로 떠났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면 파리 테러 당시 그는 현장에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보 당국은 부메디엔의 공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추적을 지속하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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