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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에 판타지 … 우디 앨런 닮고 싶다

















하정우(37) 인생의 결정적 장면은 ‘모던 타임즈’(1936)를 본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어린 하정우는 흑백 필름 속 찰리 채플린(1889~1977)의 연기에 넋을 잃었다.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채플린의 코미디는 힘이 셌다. 그의 꿈은 ‘영화’가 됐다.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이 14일 개봉한다. 이미 ‘롤러코스터’(2013)로 감독 신고식을 치른 바 있지만 주연까지 겸한 작품은 처음이다. ‘롤러코스터’가 저예산영화인데 비해 대작 영화(제작비 70억원)는 처음이다. 개봉을 이틀 앞둔 12일 그를 만났다.

195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에서 세 아들의 아버지로 나오는 하정우. 연출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했다. [사진 NEW]


감독 하정우=“원작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어떻게 허삼관 같은 인물이 다 있지? 캐릭터의 입체감, 문어체 말투, 소소한 말장난 전부 다 제 취향이었거든요.”

 하 감독은 영화 ‘허삼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작가 위화가 1996년 펴낸 원작 소설은 중국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피를 팔아 가족을 건사했던 허삼관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 코드로 풀어낸 작품이다. 원작을 충실히 옮긴 영화에선 11년간 정성들여 키운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이 남의 자식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코믹한 전반부와, 아픈 일락을 위해 피를 파는 삼관의 눈물 어린 후반부로 나뉜다. 하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다른 버전의 시나리오 7개를 놓고 고심했다.

 “20년이 넘는 긴 이야기를 두 시간 안에 압축하는 게 고민이었어요. 무림의 고수가 ‘도장깨기’를 하듯, 친한 감독을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했죠. 코미디에서 진지한 드라마로 넘어가는 것이 갑작스럽게 보인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중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는 ‘허삼관’에서 시대의 공기보다는 인물과 드라마에 집중했다. 50년대 충남 공주가 배경이 된 것은 70~80년대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첨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0년대 후반을 다룬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당시 자료를 보니 미군이 철수하면서 남긴 잔재들이 거리 풍경이나 의상에 남아있더라고요. 영화적이었어요.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낭만을 담고 싶어 세트에 공을 들였죠.”

하정우
 ② 배우 하정우=영화 속 허삼관은 아이 같은 어른이다. 남의 자식을 11년간 키운 게 화가 나 아들에게 “아저씨라고 불러!”라고 말하는 철이 덜 든 남자다. 하지만 배고픈 아들을 위해 피를 팔아 만두를 사먹이는 헌신적인 아버지이기도 하다. 도통 미워할 수 없는 이 캐릭터를 하정우는 마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심통을 부리며 할 말 다하는 충청도식 유머를 치고 빠지고 눙치며 맛깔나게 연기했다.

 “‘롤러코스터’를 찍고 관객 반응을 보면서 ‘아, 나 혼자 재밌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깨달았어요. 코미디의 템포나 편집이 문제였죠. 배우들에게 디렉션(지시)을 잘못 준 것도 있고요. 허삼관은 직접 연기했기 때문에 혼선이 없었어요. 다른 영화라면 3~4번 찍을 걸 7번씩 찍었죠. 불안하니까.”

 연기를 한 뒤 ‘컷’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 민망하긴 했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연기에 전념하려고 시나리오와 콘티 작업을 탄탄하게 해뒀던 것이 도움이 됐다. 한편 결혼 전인 그가 세 아이의 아버지를 연기하는 데 고충은 없었을까?

 “아이들을 내 자식이 아니라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사랑이란 감정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③ 인간 하정우=일생일대 도전을 한 하정우가 ‘허삼관’을 통과하고 절실하게 느낀 것은 무엇일까?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이 영화가 잘 되길 매일 기도했어요. 문득 저녁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는데 ‘삶도 이렇게 절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10년을 앞만 보고 달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렸거든요.”

 그는 배우 출신 거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되기를 꿈꿀까?

 “저는 우디 앨런 같은 감독이 되고 싶어요. 힘든 세상의 영화는 판타지가 되어야 해요.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김효은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강유정 영화평론가) : 진정,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 감독 하정우에 대한 의심을 미안함으로 바꿔준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 내치다 품는 결정적인 과정을 빼먹은 채 봉합하는 ‘가부장제 소극’.

[사진 김진경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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