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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분단 70주년과 남북관계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월 2일자 30면>
분단 70주년은 남북관계 대변혁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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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적극적인 남북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조선중앙TV를 통해 직접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5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정상회담 카드까지 내보이며 대화분위기 조성에 나선 모양새다.

 대화 없이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평가하고 환영할 일이다. 김 위원장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 첫 번째 행동은 남측이 이미 북측에 제안해 놓고 있는 2차 고위급 접촉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수용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는 광복과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의 강점과 외세의 개입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이 되도록 남북은 냉전적이고 소모적인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공산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며 개방·개혁과는 담을 쌓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은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내세워 집권 기반을 다지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전 같지 않은 데다 경제난과 제재에 허덕이고 있는 러시아도 제 코가 석 자인 처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압박 노선은 요지부동이다. 김 위원장이 난국을 타개할 활로는 남한밖에 없는 것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 등 대북정책 구상은 많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올해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도모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측 부위원장 자격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서둘러 제안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느끼는 조바심의 반영일 것이다. 분단 70주년이 되는 올해는 서울과 평양 모두에 남북관계 대변혁의 적기(適期)이자 골든타임이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남북관계를 대국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사소한 문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김 위원장 스스로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무의미한 언쟁과 별것 아닌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전단 살포에서 한·미 연합훈련, 북방한계선(NLL) 침범, 북한 인권 등의 문제로 남북이 서로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남과 북 모두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구상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히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화답한다면 북한이 고위급 접촉과 당국 간 회담에 나올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 간 현안과 어젠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통 큰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북남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 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상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계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론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정상회담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남북이 상생과 호혜의 정신으로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분단 70년사에 한 획을 긋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 <2015년 1월 2일자 31면>
확인된 남북관계 개선 의지, 서둘러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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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정상회담까지 포함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틀 전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1월 중 남북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남북의 새 정권 출범 이후 관계 개선 의지가 동시에 강하게 표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북쪽의 올해 정책 지침이 될 신년사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을 지난해보다 늘리고 표현 수위도 높였다. “남북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신년사가 대체로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4년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높이고 국제적인 대북 봉쇄망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질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이번 계기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물론 장애물도 만만찮다. 신년사는 남쪽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제도통일 추구’, 체제 모독,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인권소동’ 등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처럼 한·미 군사훈련이 남북대화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제도통일’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북쪽은 남쪽의 통일준비위 활동 등에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신년사는 통일준비위의 대화 제안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고위급 접촉 재개’와 ‘부분별 회담’만 적시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북쪽 태도도 전혀 바뀐 게 없다.

 하지만 양쪽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이런 문제점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그 시금석은 과거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관계의 회복이다. 구체적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완화·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양쪽은 이들 사안에서 자신의 주장만 앞세울 게 아니라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연평도·천안함 사건을 다룰 수는 있지만 다른 사안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본격적인 대화가 진행될 경우 북쪽은 핵·미사일 문제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북 당국이 모두 강조하듯이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2차대전 종전 70주년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 아직도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려면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분단 극복은 한반도의 앞날과 직결되며, 올해는 그 본격적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이제 정부의 의지와 창의적인 태도가 더 중요해졌다. 정부는 북쪽 제안까지 고려한 방안을 구체화해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과거 관계 회복해야” Vs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 우려 불식해야”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올해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5년 신년사에서 고위급 접촉 재개는 물론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한 남북간 대화와 협상, 교류 의지를 밝혔다.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말 남북회담을 1월에 열 것을 제의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정초의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가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인만큼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대통령의 이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대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남북 간 경제교류협력의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하는 5·24조치 해제를 요구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5·24조치만 해제하라고 하면 협상이 되겠느냐”고 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남북대화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박대통령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의 사설 제목은 ‘분단 70주년은 남북관계 대변혁의 적기다’이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남북 당국이 모두 강조하듯이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라며 남북관계의 평화적 진척을 위해 남북이 공동 노력해야 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서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한반도에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시대와 역사의 요청이다.

중앙은 특별히 남북관계의 진전이 남복한 모두에게 필요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먼저 북한은 김 위원장이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교적·경제적 난국을 타개할 활로는 남한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남한으로서도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 구상만 많았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으므로 남북관계의 진전이 꼭 필요하다는 게 중앙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말 통일부 장관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측 부위원장 자격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서둘러 제안한 것도 남북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박근혜 정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겨레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경제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이는 중앙과 일치한다.

한겨레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판적으로 언급한 남쪽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제도통일 추구’, 체제 모독,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인권소동’ 등이 그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은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단골주제였다. 남한 체제로의 흡수통일이든, 북한쪽으로의 흡수통일이든 남북한 체제의 어느 일방향으로의 통일이 북한이 우려하고 있는 이른바 ‘제도 통일’이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나 인권을 모독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한겨레는 중앙과 달리 남북관계의 장애물을 적시하고 있다.장애물이 있으면 치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대국적 견지에서 보고 사소한 문제에 연연하지 말자고 한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전단 살포,한·미 연합훈련,북한 인권 등의 문제로 남북이 서로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며 중앙은 남과 북 모두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하자고 한다. 한겨레가 말하는 ‘장애물’ 언급과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드레스덴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대북 3대 제안이다. 이 선언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통해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해 민생 인프라 구축과 인도적 지원, 그리고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 동질성 회복조치 등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이 드레스덴 선언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 북한의 우려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우려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는 남북한이 관계를 진전시킬 의지가 분명하다면 일단 과거에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관계부터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완화·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는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 남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대신 한겨레는 북한에 대해서 “본격적인 대화가 진행될 경우 북쪽은 핵·미사일 문제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겨레는 “남북관계 개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라고 말한다.남한이 줄 것은 주고 북한이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것이 ‘상생과 호혜의 정신’일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프랑스에서 발생한 언론 테러
1월 20일자에는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세력의 언론사 테러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안광복 중동고 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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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