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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CES 현장에서 느낀 한국판 '적기조례'

중국 DJI가 선보인 초소형 무인항공기(드론). CES `드론 전시관`에 한국 제품은 없었다. [사진 DJI]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선 무인항공기(드론)가 샛별로 떠올랐다. 올해 처음으로 독립전시관을 마련했지만 드론의 시험 비행을 보려는 인파로 전시관은 늘 북새통이었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중국 기업 DJI의 시연 때에는 감탄사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CES의 화두는‘탈(脫)가전’이었다. 가전전시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무인자동차·헬스케어·웨어러블 기기 등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기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 형태에서 벗어나 목걸이·반지는 물론 신발 깔창이나 허리띠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운전자 없이 달리는 무인 주행, 원격 주차 기술 등을 선보이며 자동차와 IT 간 융합이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한국에선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한국에선 안전모에 센서를 달아 업무지시·사고예방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이 개발됐지만 ‘안전모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인증 규제에 묶여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은 의료기기로 간주돼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미국 네바다·플로리다·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무인 자동차 운행이 허용되지만 한국에서는 도로 테스트를 금지하는 자동차관리법 때문에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드론도 관련 부처만 네 곳으로 컨트롤타워가 따로 없다 보니 안전성 인증을 전담하는 조직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CES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IT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젠 단순한 가전·모바일로는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으며, 새로운 기능·기술과 융합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낡은 규제가 길을 막고 있다.

 1865년 증기자동차 교통사고가 늘어나자 영국 의회는 ‘적기조례’라는 법을 만들었다. 운전사와 화부(火夫) 외에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를 둬 자동차의 운행을 알리고, 시내에서는 속도를 시속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30년간 이어진 이 규제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내놓는 결과를 낳았다. 설익은 기술 규제의 폐단을 알려주는 사례다.

 이번 CES에선 카피 제품을 주로 내놓던 중국 업체들이 독자적 제품을 선보이는 등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TV·냉장고 등 가전을 제외한 혁신제품을 주도한 곳은 삼성·LG전자가 아닌 미국·중국·유럽의 벤처기업이었다. IT 융복합 시대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제도가 기술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듯싶다. 힘센(?) 국회의원·공무원들부터 CES 현장에 다녀와 새로운 IT 물결을 보고 느꼈으면 한다.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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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