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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 채권형, 대형 → 중소형주 … 펀드 세대교체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인간 세상의 세대 교체를 뜻하는 이 옛말은 지난해 펀드시장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펀드시장에서 지난해는 지각 변동의 한 해였다. 2013년까지 ‘뒤 물결’이었던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 ‘앞 물결’인 대형주 펀드를 밀어내고 수익률 1위로 우뚝 섰다. 또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펀드시장을 선도해 왔던 주식형 펀드 시대가 저물고 채권형 펀드 시대가 왔다. 국내 주식형에서 자금이 빠지고 국내 채권형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순자산 규모에서 채권형이 주식형을 앞질렀다.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지난해 펀드 실적을 분석해 보니 국내 주식형의 평균 수익률은 -5.35%였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 하락률(-4.76%)보다 손실이 더 컸다. 주식형 펀드에 100만원을 넣어 뒀으면 5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주식형의 평균 수익률은 이렇게 ‘낙제점’을 받았지만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투자 유형)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중심의 대형주가 위축되자 이 자리를 중소형주와 배당주가 꿰찼다. 일반주식 펀드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인덱스 펀드는 수익률이 각각 -4.38%, -6.64%로 부진했다. 반면 중소형주 펀드는 수익률이 무려 11.53%에 달했고 배당주 펀드도 4.54%로 선전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대형주 펀드에 비해 선전했다는 정도의 평가를 받던 중소형주가 지난해에는 펀드 수익률을 이끄는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으면서 전반적인 약세를 보여 ‘박스피(박스+코스피)’라고 불렸다. 이런 장세에선 시장 흐름에 묻어 가는 투자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종목에 대한 펀드매니저의 철저한 분석, 즉 ‘옥석 가리기’ 없인 수익률을 차별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고른 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지난해 금융투자시장을 지배한 이유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 부사장(CIO)은 이를 “한마디로 헐값에 사서 제값에 파는 투자”라고 했다.

 이런 투자 전략 덕에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 속에서도 상위 5위까지 수익률 20%를 넘어섰고 10%를 넘어선 펀드도 24개나 됐다. 국내 주식형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치투자 전략을 표방한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자 1[주식] 종류C 5’가 수익률 27.76%로 1위에 올랐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5개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장세에서 전체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다 보니 실적 좋은 중소형주로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중소형주의 선전은 운용사의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순자산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 39개 가운데 지난해 플러스(+) 수익률을 낸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수익률 16.83%로 1위를 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펀드 수 22개에 운용자산이 679억원에 불과한 소형 운용사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수익률 1위에 오른 것은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는 “저가 주식 중 성장 가능성이 큰 우량 주식에 투자했다”며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보단 경쟁력 있는 펀드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주식형은 쪼그라들고 채권형은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은 순자산 규모가 전년보다 4조2000억원 줄어든 59조1000억원이었다. 반면 국내 채권형은 13조6000억원 늘어난 64조1000억원에 달해 주식형을 앞섰다. 문남중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를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전엔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두 자릿수였지만 이제는 원금을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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