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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없애 공익 받드는 '무아봉공' … 앞으로 100년 더 넓혀갈 것

남궁성 교정원장에게 물질?정신 개벽의 뜻을 물었다. 그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거다. 주인으로서 물질문명을 누려야 한다. 그걸 못 누리면 바보고, 노예가 되면 더 바보다”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100년은 ‘천권(天權) 시대’였다. 그때는 영웅적인 것, 자기주도적인 것,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겼다. 앞으로는 ‘인권(人權) 시대’다. 서로 소통하고 양보해야 한다.”

남궁성 교정원장에게 듣다
지난 한 세기 목소리 크면 이겼지만
앞으론 소통·양보하는 '인권 시대'
광복 70년 오늘에도 큰 의미
교단 운영 시대에 맞게 고칠 터



 꼬박 100년이다. 1916년에 문을 연 원불교가 올해 창교 100주년을 맞았다. 7일 서울 원서동 은덕문화원에서 원불교 행정수반인 남궁성(65) 교정원장을 만났다. 그가 쏟아낸 원불교 100년에 대한 메시지는 각별했다. 그건 ‘광복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서도 유효한 메시지였다. 남궁 교정원장에게 ‘지난 100년’과 ‘앞으로 100년’을 물었다.



 - 원불교와 대한민국, 둘을 향해 동시에 묻고 싶다. 앞으로 100년 어찌 보나.



 “절대 쉽게 보지 않는다. 과거 100년만큼이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도고일장 마고일장(道高一丈 魔高一丈)’. 도가 하나 높아지면 마장(난관)도 하나 높아간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100년 역시 그만한 고초를 극복하고 가야 한다.”



 - 다소 의외다. 새해에는 다들 덕담을 한다. 그럼 걱정을 해야 하나.



 “원불교 안에서는 걱정을 많이 한다. 나는 그런 걱정이 참 좋게 들린다. 걱정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가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게 정말 중요한 보배다.”



 100주년을 계기로 원불교는 대대적인 내부 개혁을 추진 중이다. 남궁 교정원장은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해당하는 모임을 지난해 5월에 꾸렸다. 올해 연말까지 원불교 교헌 개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원불교 운영의 기본 골격이 과연 이 시대와 맞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져보는 일이다.” 종법사(불교 조계종의 종정에 해당)의 선출과 권한을 비롯해 수위단회(원불교 최고의결기구) 구성까지 원불교의 모든 걸 짚어볼 계획이다. 그야말로 전면적 개혁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은 뒤 전쟁과 산업화·민주화의 길을 걸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 태동한 원불교도 그런 시대를 공유하며 성장했다. 지난 100년에 대한 소회는.



 “외할머니가 소태산(少太山·본명 박중빈, 1891~1943) 대종사님 제자였다. 1930년대 초에 어머니는 원불교 교당을 다녔다. 나는 모태신앙이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무릎에 앉히고서 내 귀를 문지르며 원불교 주문을 외우셨다. 나는 69년에 출가했다.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찬 방에서 자야 했다. 먹는 것도 열악했다. 고기나 생선은 일절 없었다. 굉장히 짠 된장국과 고춧잎을 간장에 담근 김치가 다였다. 그때는 대한민국이 그랬다. 얼마나 반찬이 질렸던지 한 학생은 밭에 고추를 심을 때 ‘야, 고추야 고추야. 고추만 열리고 이파리는 열리지 마라’고 노래할 정도였다.”



 - 100년 만에 ‘4대 종교’로 성장했다.



 “원불교의 가르침이 원만하기 때문이다. 모든 민족, 모든 종교, 모든 계층을 다 수용한다. 어떤 과학자, 어떤 사회, 어떤 문화를 만나도 충돌이 안 생긴다. 상대를 은혜롭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호조화를 이룬다.”



 -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신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신이다.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 어떡할 때 그게 가능한가.



 “거기에는 ‘무아봉공(無我奉公·나를 없애고 공익을 받듦)’의 정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내가 옳다, 네가 옳다가 아니라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객(客·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된다. 그래야 얽히고설킨 우리 사회의 문제도 풀린다.”



 ‘무아봉공’은 원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남궁 교정원장은 원불교의 지난 1세기는 ‘무아봉공1’이고, 앞으로 맞을 100년은 ‘무아봉공2’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0년의 무아봉공은 가정을 위해, 조직을 위해 열심히 뛰면 됐다. 그 시대 가장들의 삶도 그랬다. 앞으로 100년의 무아봉공은 다르다. 더 밝은 세상이 되기에 모든 분야에서 더 투명해져야 한다. 자기 주장만 세우는 독단은 곤란하다. 대중 속에서 대중의 공의(公義)가 중시돼야 한다. 앞으로는 남을 위해 자기 돈을 쓰면서도 상대방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겸손해야 하고, 투명해야 하고, 공의를 거쳐 일을 해야 한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궁성 교정원장=1950년 원불교 성지인 전남 영광에서 출생. 74년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영산선학대 총장, 대구경북교구 교구장 등 역임. 2012년 원불교 제26대 교정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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