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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유가는 어려운 상황에 찾아온 단비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에너지정책 초빙교수
지난해 11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이후 급락한 유가에 많은 분이 놀라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지금의 저유가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특히 가뜩이나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 상실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참으로 고마운 행운이다.



 상황 변동을 계속 주시해야 하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저유가가 주는 경기 회복의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니 오히려 10~2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지금의 기회를 활용해 우리의 취약해진 산업 경쟁력도 강화하고, 미뤄 두었던 효율 낮은 시설의 구조조정도 감행하고, 불필요해진 정부의 정책 및 규제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저유가 사이클의 타이밍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진입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저유가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우리에게 찾아온 단비 같은 기회다.



 유가의 변동은 최근 많은 언론에서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유가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 즉 공급·수요 그리고 산유국의 지정학적인 군사충돌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6개월 동안 50% 정도 하락한 유가는 지정학적인 이유 외에도 공급 과잉과 수요 약세에 기인한 구조적인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100달러대로 급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 석유의 생산 확대로 공급이 매일 2백만 배럴 이상 초과된 상황에서 저유가와 높아진 유가변동성은 오히려 상당 기간 새로운 정상적인 상황(New Normal)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셰일 석유 공급은 저유가 상황에서도 급속히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전 개발의 투자는 줄겠지만, 기존 유전은 당분간 생산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의 산유국도 재정 수입의 어려움과 다자간 이해조정의 어려움으로, 절대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수요 측면에서도 유럽·일본·중국의 경기 둔화, 연비 향상 및 기후변화 노력으로 석유의 본원적인 수요 증가도 약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석유 수요도 당분간 급속히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정학적인 대규모 군사 충돌은 확실성이 매우 낮기에 배제한다면 저유가 상황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이제 논의의 핵심은 우리나라 기업이 저유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와 정부 정책엔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는가다. 기업은 용기를 내 저유가가 갖고 온 상황 변화를 전략에 반영하고, 특히 행운의 기회를 잡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저유가를 활용한 새로운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생긴 소비 여력을 시장으로 끌어 내고, 운 좋은 상당수 기업은 비용이 예기치 않게 줄고 수익이 늘어난 기회를 활용해 구조 혁신에 나서야 한다. 수십 년간의 경쟁력 침체에서 벗어나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환율정책과 중국의 시장 확대에 의존해 왔던 우리 경제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저유가가 주는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소비를 살리고 수익성을 개선하고, 해외 시장을 재편하는 새로운 구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유가에서 위험을 회피하지 않은 채 투자를 감행한 기업에는 많은 매몰 비용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부동산 투자처럼 고유가 상황에서의 에너지 투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저유가의 상황에서는 용감하고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고유가의 가정하에서 진행된 사업은 신속히 재조정해 변동성에 대처하고, 기존 사업은 저유가를 활용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상당 기간의 저유가 현상은 그동안 쉽게 진입하기 어려웠던 자원개발 및 자원 인프라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신규 사업의 기회를 주고 있다.



 에너지 신(新)산업은 많은 분의 우려처럼 일부 타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효과가 분명한 사업인 경우 오히려 저유가가 주는 여유를 활용해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저유가는 사이클 현상으로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때 사이클을 잘 타는 것이 수익을 내는 데 무척 중요하듯이 자원개발 및 에너지 신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저유가 사이클에서 진입하는 것이 수익을 내는 좋은 방안이다. 엑손모빌이 다른 석유 기업보다 매출은 적지만 차별적으로 높은 수익을 꾸준히 보여온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이클을 잘 타는 경영 능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자에게 중장기적인 시각과 신속하고 용감한 행동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경영자들이 다시 한번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에너지정책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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