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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정수석 항명, 면직으로 어물쩍 넘길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말 ‘항명 파동’ 하루 만에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면직 처리했다. 청와대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민정수석은 정무직이어서 면직(免職) 처리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징계를 통한)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한 발언은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여당은 “조직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감싸고, 야당은 “청와대 문건에 대한 특검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엇갈린 평가를 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파면인지, 해임인지, 면직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을 자부심으로 느끼는 공안검사 출신의 김 전 수석이 정치적 파장과 비난을 무릅쓰고 항명을 하게 된 근본적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법조인인 김 전 수석이 기를 쓰고 국회 출석을 거부한 배경에는 법적으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정윤회 동향 문건’이 유출된 이후 지난해 6월 민정수석에 임명된 그는 이번 사건의 모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우병우 민정비서관 등을 통해 이 사건의 특별감찰을 진두지휘했고, 검찰의 수사상황 관리를 총괄했다. 그는 수사 중 발생한 경찰관 자살사건의 ‘민정수석실 회유설’ 진상도 꿰뚫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전 수석의 자의적 판단으로 국회 불출석을 강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입장에선 국회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정치적 파장의 강도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야당의 요구대로 특검이 이뤄지고 국회에서의 진술이 문제가 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항명을 면직으로 덮고 가기는 어렵다. 국회는 김 전 수석이 증인석에 앉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가 알고 있는 사건의 실체를 진술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공세’라는 해괴한 논리로 견제와 책임을 피하려는 고위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김 전 수석이 면직됐다는 이유로 어물쩍 사건을 넘기는 것이야말로 법치와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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