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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된 요정 아저씨가 된 래퍼 3040의 추억 ‘돌려놔’

90년대 감성 자극 … 검색어·음원차트 독차지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새삼 끄집어내는 건 다 ‘토토가’ 때문이다. 3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터보(김종국 김정남)·김현정·SES(바다 슈)·쿨(김성수 이재훈)·조성모·소찬휘·이정현·지누션·엄정화·김건모 등 90년대 ‘전설의 가수’들을 불러내 과거의 무대를 재현했다. 특집 프로는 90년대 대중문화를 향유했던 3040세대의 감성을 자극시키며 상상 이상의 반응으로 터져나왔다.

주말 내내 라디오만 틀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울려 퍼지더니, 검색어 순위는 물론 음원 차트에서 엄정화의 ‘포이즌’, SES의 ‘아임 유어 걸’, 터보의 ‘러브 이즈’, 지누션의 ‘말해줘’ 등이 1~6위로 줄을 섰다.

SNS에서도 시청 소감이 쏟아졌다. 김현정이 ‘돌려놔’라고 할 땐 자기도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휘저으며 360도 회전을 했다거나, 근 10여 년간 불러 본 적도 없는 옛날 히트곡 가사를 방언 터지듯 따라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가수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고백에는 공감 댓글이 따라 붙었다. 이 뿐이랴. 한 주 사이 때아닌 동창회 모임 공지가 날아오고 노래방이 회식 필수 코스로 부활한다는 걸 보면, ‘토토가’의 여흥은 한동안 지속될 듯 싶다.

토토가 주인공들은 특히 3040 세대에게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재생시키며 완벽한 노스탤지어를 선사했다. 이제는 자신을 자선사업가로 아는 사람이 더 많다던 션은 20년 전 헤어스타일에 두건을 두른 채 속사포 랩을 했고, 점잖은 대학 교수가 된 지 14년이 넘은 소찬휘는 땀도 안 통하는 합성피혁 무대의상을 꺼내 입고 모방불가 고음을 내질렀다. 주름살 하나 더해지지 않은 이정현의 방부제 외모나 요즘 걸그룹의 섹시함과는 차원이 다른 엄정화의 요염함은 세월의 흔적을 당차게 걷어냈다.

전성기 때 볼 수 없던 솔직함·인간미에 열광
하지만 ‘복고’의 완성도만으로는 그 뭉클함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오히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솔직함과 인간미 때문이라 여겨진다. 활동기엔 거의 인터뷰 기회도 없었다는 슈는 어느새 눈치없이 자기 할 소리만 한다는 ‘아줌마’가 다 됐다. 요정은커녕 육아 스트레스 넘치는 쌍둥이 엄마는 오히려 더 친근했다. 장난기 넘치던 김성수는 초등학생 딸에게 아빠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혼신의 무대를 준비했다고 털어놨고, 혼자서 ‘터보’라는 이름으로 지방 행사에 다녀야했던 김정남은 헉헉거리면서도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는 듯 무대를 달궜다. 청춘과 전성기를 보내고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동지의식을 불러일으킨 진솔함은 방청석에서 떼창을 부르는 이들과 어우러지면서 서로에게 지금껏 잘 버텨왔다는 격려가 됐다.

벌써부터 시즌2를 만들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영턱스클럽·에코·코요태 등등 출연자 희망 리스트를 뽑는 이들도 있다. 성사만 된다면야 그 누가 됐든, 무슨 노래이든 아니 반가울까. 그들의 음악은 그저 멜로디가 아닌, 다시 돌아오지 않은 젊음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일테니 말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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