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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陰謀<음모>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의 대가였던 한비자(韓非子·BC 280~BC 233)는 음모(陰謀)의 속성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한비자』에는 음모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내저설하(內儲說下) 편에 나오는 얘기는 이렇다.

초나라 회왕(楚懷王·?~BC 296)에게 정수(鄭袖)라는 애첩이 있었다. 어느 날 이웃 위나라가 더 아름다운 여인을 회왕에게 보냈다. 왕의 사랑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정수는 질투심에 꾀를 생각해 낸다. 그는 새 여인에게 ‘왕은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며 거짓으로 가르쳐줬다.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왕을 마주할 때마다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희왕이 그 이유를 정수에게 물었다. 정수가 답하길 “대왕의 입냄새가 싫기 때문이랍니다.” 그 말에 화가 잔뜩 난 회왕은 위나라 여인의 코를 잘라버리도록 했다.

위나라 여인은 이유도 모른 채 코를 베이는 아픔을 당해야 했다. ‘음모의 전형’이다. 그런 한비자가 스스로 음모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한비자의 통치철학에 매료된 진(秦)시황제가 한비자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높게 쓰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재상 이사(李斯)가 극구 반대했다. ‘한(韓)나라 왕족인 그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비자와 이사는 순자(荀子) 밑에서 동문수학하던 친구였다. 한비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걱정했던 이사가 음모를 꾸민 것이다.

“한비자가 진나라에 원한이 없을 리 없습니다. 대왕께서 그를 쓸 생각이 아니라면 차라리 돌려보내십시오.”(이사)

“돌려보내면 어렵게 잡은 호랑이를 산으로 살려 보내는 것 아닌가. 차라리 죽여버리는 것만 못하리라.”(진시황)

그게 끝이었다. 한비자는 변명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독약을 마셔야 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여 년 진시황은 한비자의 치세 철학을 받아들여 전국을 통일하게 된다.

‘청와대 찌라시’ 사건은 우리 권력 내부에도 음모가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 조사로 누가 찌라시를 만들어 유포했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음모를 주도한 자 음모에 당하는 아이러니는 오늘도 반복될 것인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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