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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국제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일등공신은 감독 윤제균도, 주연 황정민도 아니다. 방송인 허지웅이다. 그가 한 일간지와의 좌담에서 “(‘국제시장’을 보면) 정말 토가 나온다”고 말하는 순간, 별점 50개를 받은 것보다 훨씬 값진 선전 문구를 따낸 셈이었다. 그의 혹평에 일부 종편과 ‘일베’가 시비를 걸며 논쟁은 에스컬레이터를 탔고, 덩달아 ‘국제시장’의 인기도 탄력을 받았다. 만약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에 대해 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역겨워 콧물이 났다”고 했으면 이토록 초라한 성적(81만)으로 막을 내렸을까. 그러니 “허지웅에게 서운하다”란 윤 감독의 말은 큰 결례다. 이제 한국 영화 시장에서 1000만 관객의 전제 조건은 완성도가 아닌, 사회적 논란이다.

허씨만이 ‘국제시장’ 흥행에 불을 지핀 건 아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우익 성감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긴 있나 보다”고 일조했고, 영화평론가 듀나 역시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개 소위 좌파 성향의 평론가들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1970, 80년대라면 유신,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아닌가. 엄혹한 시기를 조명하면서 이와 무관한 에피소드만 나온다면 본질적 문제는 외면하는 꼴이다. 결과적으로 독재를 미화하거나 최소한 묵인하게 된다. 역사의식의 부재다.”

야권이 최근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유권자 구성(영남 1059만 명, 호남 414만 명)이나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 사회가 보수에 유리하다는 거다.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지형을 구축한 곳이 있으니 바로 문화예술계다. 진보 절대우위다. 문학·미술·공연 등 장르 불문이며 창작자·기획자·평론가 등 가리지 않는다. 실제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 당원도 꽤 여럿이다. 기존 것을 타파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예술의 속성이기에, 문화계 인사의 진보 성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최근 경향은 그 정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비근한 예로 드라마나 영화를 한번 보자. 정치인은 무식하며, 검사는 돈만 받아 먹고, 재벌은 연애질만 한다. 상류층이라면 무조건 썩어 있다는 게 기본 설정이요, ‘부자=악(惡), 서민=선(善)’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여기에 반정부적 트윗을 날리면 바로 ‘개념 연예인’으로 등극하곤 한다. 이런 성향들이 문화계 주류이다 보니 이와 조금 궤를 달리하는 ‘국제시장’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닐까.

당사자들은 색깔 논쟁이 부담스럽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 ‘국제시장’은 분명 우파 영화다. 그것도 꽤 세련되게 만든. 그래서 반갑다. 언제까지 보수의 가치는 80년대 건전 가요나 예비군 훈련장에서 틀어지는 반공영화에 머물러야 하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어디든 균형을 맞추는 게 보기 좋다. 좌와 우가 함께 날아야 함은 문화예술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민우 정치부문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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