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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김상만 감독 인터뷰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년 12월 31일 개봉, 김상만 감독, 이하 ‘더 테너’)는 천재 성악가(유지태)가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는 크나큰 좌절을 딛고 재기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 담긴 진심은 오페라 혹은 클래식 팬이 아니라도 또렷이 전해진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은 이 영화를 완성해 개봉하기까지, 김상만(45) 감독은 짧지 않은 산고를 거쳤다. 

-스릴러영화 ‘심야의 FM’(2010) 이후 4년 만의 신작인데, 언뜻 보면 같은 감독의 영화로 여겨지지 않는다.
“필모그래피만 보면 정말 같은 감독이라 짐작할 수 없을 거다(웃음). 미술감독 출신이다 보니 내가 만드는 스토리나 캐릭터가 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을 깊게 표현하는 영화에 대한 갈구가 있던 차에 이 작품의 연출 제의가 들어왔다.”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연출을 결심하게 했나.
“연출 제의를 받고 배재철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해 음악영화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배재철이란 인물을 탐구하며 어떤 점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나.
“최고의 경지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사람이 다시 올라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 자체도 감동적이었지만, 옆에서 그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뭉클했다. 또 완벽했던 가수가 목소리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전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뭐라고 생각했나.
“한계가 곧 그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 이미 어떤 경지에 올라섰던 사람이 한참 모자란 기량을 보여줘야 할 때, 분명 부끄러울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가 재기 무대에서 표현한 진심의 깊이는 남달랐다. 한계가 개성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중요한 건 결국 ‘그럼에도 하느냐, 마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심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실존 인물의 실화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괜히 그분 삶에 누를 끼치면 안 되니까. 취재도 쉽진 않았다. 4년 전쯤 각색하기 위해 배재철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 말씀이 별로 없었다. 이미 힘든 과정을 다 겪어낸 분이라 무척 담담했다. 나한테는 좋지 않았다(웃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건진 한마디에서 캐릭터를 구상할 힌트를 얻었다.”

-무슨 말이었기에.
“‘예전에는 정말 생각하는 그대로 노래가 나왔다, 한계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더라. 실제로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테너라는 칭송을 들었던 분이다. 아, 이분이 정말 자기 실력에 대한 엄청난 확신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다. 그렇게 캐릭터 구상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으로 꾸며낸 사건은 없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를 잃고 절망에 빠져 지내는 동안 생계를 위해 다른 돈벌이에 나서는 ‘극적인’ 장면을 하나쯤은 넣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장면이 없다.
“그래서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최대한 실제 인물에 충실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배재철 선생님이 그러지 않았는데, 그런 식의 에피소드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 전반부, 배재철이 활약하는 오페라 공연 장면이 무척 화려하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도 빠져들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목소리를 잃은 그가 더 초라해 보이고.
“오페라 장면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최대한 정통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를 한 번 세팅하면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제작비의 한계가 있어서 화려한 무대 장치 대신, 천을 드리우는 방식을 썼다. 그림을 그린 천을 지그재그로 무대에 설치하면 굉장한 입체감이 느껴진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해 보여서 무척 만족스러웠다(웃음). 음악 선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오페라 아리아가 주인공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두 성악가 배재철의 실제 목소리인가.
“맞다.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 녹음해 두었던 음원을 썼고, 몇몇 곡은 선생님의 지금 상태로 따로 녹음했다. 유지태씨가 립싱크를 잘해줬다(웃음).”
 


-무대나 음악만 아니라 캐스팅이 중요한 영화다. 배재철을 연기한 유지태는 ‘감독님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여러 번 강조하던데, 솔직히 그가 성악가다운 몸매는 아니잖나.
“유일하게 고민했던 문제다(웃음). ‘심야의 FM’에서 주연을 맡았던 그와 인연이 깊다. 캐릭터 몰입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도전하는 걸 무척 즐기는 배우다. 다만 몸매가 테너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1950~60년대 활동했던 이탈리아 성악가들을 보니 호리호리한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아내 윤희 역의 차예련씨는 신비스러운 외모에서 풍기는 어떤 외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혼자 감정을 삭이는 캐릭터라 딱 맞아떨어졌다.”

-외국 배우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소통이 힘들지는 않았나.
“오페라 공연 장면을 대부분 세르비아에서 촬영했고, 세르비아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지에선 국민 배우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사람들이다. 영어도, 연기도 잘해서 소통이 어렵지는 않았다. 주인공의 재기를 돕는 일본 프로듀서는 일본 배우가 연기했는데, 그 또한 무척 잘해줬다.”

-일본 배우도 등장하고, 일본 투자자가 참여한 한·일 합작 영화다. 그래서 제작 초반 힘든 점도 있었다고 들었다.
“4년 전 촬영을 시작했다가 일본 쪽 제작사와 우리 제작사의 관계가 어긋나 제작이 중단됐다. 그때 정말 고민이 많았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한·일 합작 영화를 이렇게 그만두면, 양국 영화계에 불신의 벽을 만들 것 같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두 제작사 간의 오해가 풀리면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훨씬 더 돈독해졌고 신뢰가 쌓였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하다.
“10여 년 전 영화 포스터 제작을 시작으로 영화계 일을 시작해 미술감독을 거쳐 연출자가 됐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더 테너’도 그랬지만 음악영화를 또 만들어 보고 싶다. 아예 뮤지컬영화를 만드는 일에도 욕심이 난다(웃음).”


글=임주리 기자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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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