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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의 오늘 미술관] 이중섭의 그림편지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위 편지 세 귀퉁이의 작은 설명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 아빠가 약을 마시고 건강해졌어요/ 약/ 아빠 감기 걸려서 누워 있었어요/ 그대들의 사진 왼쪽: 엄마와 태현 군과 태성 군이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갑니다. 아래: 이번에 아빠가 빨리 가서갷보트를 태워 줄게요. 아빠는 닷새간 감기에 걸려서 누워 있었지만 오늘은 아주 건강해졌으므로갷또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갷어서 전람회를 열어 그림을 팔아 돈과 선물을 잔뜩 사 갈 테니…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우리는 이 약속이 끝내 지켜지지 못한 걸 이미 압니다. 이중섭(1916∼56)은 가족과 사랑, 그림밖에 모르는 행복한 사내였을까요, 일본으로 보낸 가족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간장염으로 사망한 무연고자’로 생을 마친 불행한 사내였을까요.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2월 22일까지 ‘이중섭의 사랑, 가족’전이 열립니다. 유화ㆍ드로잉ㆍ편지화 등 70여 점이 나왔습니다.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이중섭의 은지화 세 점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가난했던 그는 생각나는 이미지를 담뱃갑 속 알루미늄박지에 그렸습니다. 잘 편 후 연필이나 철필 끝으로 눌러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수채나 유채 물감을 칠했습니다. 세 점의 은지화는 주한 미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터가트가 1955년 이중섭 개인전에서 구입해 MoMA에 기증한 겁니다. 60년 만에 국내에 들어와 전시됩니다. 마침 일본에서는 이중섭과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의 사랑을 그린 다큐 영화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이 개봉했습니다. 전시장에선 그 축약본도 상영됩니다.

은지화) 이중섭, 신문을 보는 사람들(1950∼52), 은박지에 유화,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올해로 광복 70년입니다. 그림 편지로 바다 건너 그리움을 전했던 이들 부부의 사랑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줍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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