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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성과급제 벤치마킹 … 함께 유럽 간 현대차 노사

지난 6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간부 6명과 회사 측 대표 5명이 나란히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익위원 격인 자문위원 4명도 함께였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독일과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와 대학·사용자단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유럽 경쟁사의 임금체계를 노사 양쪽이 함께 연구해보자는 취지다. 방문단 명칭도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이하 임금개선 위원회)’다. 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과 같은 자동차 회사는 물론 독일 튀빙겐대 베르너 슈미트 교수 같은 임금체계 석학도 만난다.

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인 학계 전문가는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견학성 프로그램 대신 경쟁사의 임금관리부서장 등 실무책임자와 세미나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노조가) 진지하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임금체계는 직무·성과급에 기초하고 있다. 일본은 역할급을 기본으로 생산성을 측정해 임금을 지급한다. 독일과 일본 회사들은 1980년대부터 글로벌 시장은 물론 자국 내 고용시장 상황에 맞춰 몇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의 임금체계를 정착시켰다. 한국처럼 수십 년간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고수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립과 투쟁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유럽 경쟁사의 임금체계 벤치마킹에 나선 덴 이유가 있다. 학계 전문가는 “노사가 모두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안방 시장’ 점유율은 69%로 떨어졌다. 현대차가 41%(68만5191대 판매), 기아차가 28%(46만5200대)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건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처음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입차들의 거센 도전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해 불황기에도 국내에서 19만6359대(점유율 11%)를 팔며 영토를 넓혔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해 기아차는 얼마 전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주고 수입차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엔화 약세를 앞세운 일본차의 공세에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겹쳤다.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과거처럼 노사가 대립한다면 둘 다 망할 거란 위기의식이 현대차 노사를 유럽으로 이끌었다. 임금개선위원회는 유럽 벤치마킹에 이어 조만간 일본 경쟁사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3월 말까지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노사합의로 이끌어낼 예정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 시한(3월 말)과 같다. 그래서 현대차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이 나오면 노사정위의 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의 임단협 협상 결과가 다른 제조업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수당체계 간소화, 근로시간 단축, 물량 확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해외 경쟁사 선진업체 임금제도 및 근무형태 변경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지금 임금체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파고를 넘기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성과와 연동이 안 되다 보니 임금을 고정지출로 생각하고, 노측은 기본급이 낮아 야근이나 주말근무와 같은 오버타임을 해야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며 노사 양측이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현대차 에 적합한 임금체계 접점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선임기자,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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