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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클린턴, 스캔들 언급 않고 "경제 살렸다" … 지지율 11%P 올라

대통령이 신년에 하는 기자회견이나 연설은 어느 나라든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회견을 하는 미국은 신년엔 회견보다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라고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한 해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가늠자다. 연설엔 예산이나 입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고, 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반박 연설 기회까지 준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소통에, 때론 정국 돌파에 신년연설을 활용했다.

 ‘연설의 달인’으로 알려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신년연설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8년 1월 27일에 발표한 신년연설이 그랬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소속 인턴 여성의 성추문 사건(‘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직후였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스캔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14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실업률은 최근 24년간 가장 낮다”며 경제를 살렸음을 부각했다. 그러고는 “모든 재정 흑자의 1센트까지 21세기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는 데 쓰겠다”며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신년연설 전인 24~25일에 53%이던 클린턴의 지지율은 연설 다음 날인 28일에 64%로 11%포인트 뛰어올랐다.

 그는 96년 당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한 상태에서 한 신년연설에서도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며 보수 세력을 끌어안았다. 결국 그해 치러진 선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클린턴과 달리 신년연설이 오히려 ‘약 대신 독’이 된 경우다. 그의 유명한 ‘악의 축’(axis of evil)이란 발언은 신년연설에서 나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1월 29일 신년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이라크를 지칭하며 “이런 나라들과 테러리스트 연합은 악의 축을 구성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2003년 신년연설에선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핵무기 개발용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뒤늦게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밝혀져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신년연설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는 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신년연설 성격을 추모연설로 바꿨다. 그는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지구의 속박을 벗어버린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충격에 빠진 국민을 위로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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