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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집 한 채 있다고 보험료 15만원 … 은퇴 50대 '건보료 폭탄'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58)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회사를 다니다 2012년 7월 회사를 그만뒀다. 지난해 6월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특례 기간이 끝나자 월 건강보험료가 23만9100원으로 올랐다. 그간 7만7140원을 부담해 왔으나 은퇴하면서 건보료가 3.1배로 뛴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말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찾아 “소득이 없고 매달 아파트 대출이자로 91만원을 갚는데, 회사 때보다 보험료가 더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씨의 건보료가 올라간 주된 이유는 보유 아파트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5억원인데, 여기에 14만원 가량의 건보료가 붙었다. 이 정도 건보료면 월 183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와 같다. 직장인일 때는 아파트에 건보료가 붙지 않지만 은퇴자는 다르다. 퇴직하면서 지역건보 가입자가 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씨처럼 50, 60대에 은퇴하면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61세부터 일정액의 국민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집 한 채와 국민연금이 노후 밑천이다. 이씨가 살아가는 동안 아파트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이런저런 복지제도에서 아파트를 소득으로 환산해서 따지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에서 소득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걸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이런 대표적인 복지제도가 건강보험·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박사는 “같은 재산이라면 복지제도가 달라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은 같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소득으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제각각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건보료가 기초연금의 열 배에 달하는 경우가 나온다. 가령 3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은퇴자 김모(65)씨의 예를 보자. 아파트에는 은행대출금 1억원이 있다. 이 아파트의 재산건보료는 14만4180원이다. 같은 금액의 지역건보료를 내려면 월 178만3330원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기초연금 수령자격을 따질 때의 기준을 적용하면 월 소득이 19만원, 기초수급자는 296만원이다. 기초수급자 환산 소득이 기초연금의 16배, 건보료 환산소득이 기초연금의 9.4배에 달한다.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산 공제 방식이 달라서다. 기초연금제·기초생보제는 부채를 빼 준다. 또 아파트값에서 기초연금은 무조건 1억3500만원(대도시 기준), 기초생보제는 5400만원을 뺀다(기본공제제도). 건보료는 이런 게 없다. 그래서 아파트에 과도한 건보료를 매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소득하위 70%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재산공제액을 6년 만에 2700만원(대도시 기준) 올렸다.

 연금은 정반대다. 건강보험에서는 연금액의 20%만 소득으로 잡는다. 국민연금이 40만원이라면 8만원만 소득으로 간주해 월 7800원 가량의 건보료를 매긴다. 1988년 지역건보를 도입할 때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매우 낮아 거기에 맞춰 20%만 잡았는데 27년 동안 손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초연금·기초생보제는 연금의 100%를 소득으로 반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박사는 “연금의 20%만 건보료 부과 소득으로 잡다 보니 공무원연금 수령자들이 국민연금 수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임호근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세 제도의 성격과 도입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의 재산 건보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기초연금·기초생보제처럼 부채를 빼주고 기본공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대신 연금을 전액 소득으로 잡자고 제안한다. 보사연 김미곤 박사는 “기초생보제의 재산 환산 기준을 더 낮춰 재산 가치가 낮은 집 때문에 정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기초생보제·기초연금은 재산 기준을 좀 더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보사연 윤석명 박사는 “기초연금·기초생보제는 현금 소득뿐만 아니라 주택 등의 재산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산의 소득 환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들면 현금소득이 생기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성식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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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