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똑똑한 금요일] 도약하는 '아프리카 자본주의'

나이지리아의 한 억만장자가 2010년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자본주의(Africapitalism)’다. 주인공은 토니 엘루멜루(52) 헤어스홀딩스(Heirs Holdings) 회장이다.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그는 “민간 부문이 주도권을 쥐고 장기 투자를 벌여 경제적 후생을 높이고 사회적 부를 증가시켜 아프리카 대륙을 변화시키는 게 아프리카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채나 외국 원조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끌던 독립 직후의 경제와 최근의 아프리카 경제는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 정치·경제 월간지인 뉴리퍼블릭은 “서방이 식민지 시절에 이식해 놓은 자본주의가 아프리카 주민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요즘 주인공은 서유럽에서 건너온 백인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경제 주인공이 바뀌어 요즘 아프리카 경제가 한결 탄탄해졌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요즘 아프리카 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다.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이 추락했다. 아프리카 대륙 자본주의가 꺾이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고 최근 국내 대기업에 아프리카 투자를 조언하기 위해 방한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프리카 전문가인 스테파노 니아바스 파트너를 인터뷰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주로 활동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유 가격 하락으로 아프리카 경제도 흔들리는 것 아닌가.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가봉, 적도기니 등이 유가 하락으로 어느 정도 충격을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그동안 경제 구조를 다변화해 왔다.”

 -원자재 생산 말고 다른 산업도 있다는 말인가.

 “제조업과 서비스 비중이 상당하다. 나이지리아에선 영화산업이 활황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인도의 발리우드처럼 나이지리아의 영화산업 중심지는 ‘놀리우드(Nollywood)’라 불린다. 영화산업이 석유 다음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프리카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상당하다니 놀라웠다. 아프리카가 언제 그리고 무슨 계기로 이렇게 바뀌었을까. 니아바스는 “2000년 전후”라고 말했다.

 -어떤 요인과 계기가 있었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해외에 진출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벌어 고국에 보낸 돈도 늘었다. (부채 구조조정 등으로) 외채 부담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요인이나 계기는 무엇일까.

 “아프리카에도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 일어났다. 유선 전화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모바일 네트워크도 갖춰지면서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아프리카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본에만 잃어버린 20년이 있는 줄 알았다.

 “아프리카 20세기 경제사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독립 직후 허니문(1960~80년)’ ‘잃어버린 20년(1980~2000년)’ ‘비상(2000년 이후)’ 순이다.”

BCG 의 아프리카 전문가인 스테파노 니아바스는 검은 대륙 경제의 자생력을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잃어버린 20년의 특징은 무엇인가.

 “정부의 무능과 부패다. 경제가 일방적으로 원자재 산업에 의존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경제가 휘청거렸다. 그 바람에 외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때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희망이 없는 아프리카’라고 했는데 그 시절을 두고 한 말이다.”

 -요즘은 희망이 보인다는 말인가.

 “요즘 아프리카인은 인생을 업그레이드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가정주부가 부엌에서 만든 요리까지 팔려고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간절함이 요즘 아프리카 자본주의의 뿌리다.”

 아프리카 대륙이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넘실댄다는 얘기다. 한국인에게 비친 아프리카인은 삶의 의욕이 없고 가난과 전염병에 찌든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 아프리카인이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의지에 불을 댕긴 인물이 있다는 말인가.

 니아바스는 “자가용 운전기사에서 택시 회사나 제조업 경영자로 변신한 인물들이 많다. 성공 모델이 주변에서 탄생한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馬云) 회장처럼 자수성가한 흑인도 있는가.

 “흑인 억만장자가 이미 등장했다. 그들은 대개 두 부류다. 공직자로 일하다 부를 축적했거나 비즈니스를 벌여 부호가 된 사람이다.”

 미 월간지인 뉴리퍼블릭이 아프리카 토착 억만장자들을 ‘검은 부르주아’라고 부른 적이 있다. 그들은 나이지리아 알리코 당고트(58) 당고트그룹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아데누가(62) 글라바콤 회장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식민지 시절이나 직후 부호들과 달리 대부분 자수성가했다.

 그렇다면 차세대 억만장자가 태어날 수 있는 벤처기업은 많을까. 니아바스는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엔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많다”며 “억만장자나 기업들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엘루멜루 등은 국경을 뛰어넘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정부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스스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인 성공과 부의 과시에 치중했던 식민지 시절이나 직후 억만장자와는 다른 인류가 요즘 검은 대륙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글=강남규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