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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참나물 파스타, 청어 샐러드 … ‘꿀꺽’ 군침 도네요

지난해 여름, 맛ㆍ모양ㆍ가격의 모든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돔 페리뇽 빙수’. 고급 샴페인인 돔 페리뇽 2004년산으로 만든 셔벗과 복숭아 민트 샐러드, 유자 절임, 금박 초콜릿 링, 식용 꽃을 올려 무려 7만5000원이란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 빙수를 개발한 이가 바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총주방장인 스테파노 디 살보(43)다. 셰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고급 식재료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호텔이었기에 가능한 메뉴였다. 우리 주변의 흔한 식재료로는 이런 호화로운 요리가 불가능한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해 디 살보는 청어ㆍ참나물ㆍ유자청 등 흔한 식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제안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스테파노 디 살보 총주방장

30년 요리 인생

자신의 직업에 대해 천직(天職)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디 살보는 14세의 나이에 자신의 꿈을 요리사로 정하고 호텔 조리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가 사다주는 쿠키보다 어머니가 직접 만드는 쿠키가 더 맛있어 곁에서 함께 쿠키를 굽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여름 방학이면 18㎞나 떨어진 곳을 오가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한 16세부터는 방학 때마다 관광지를 돌며 호텔에서 경험을 쌓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군대를 다녀와 런던에 요리 겸 영어 유학을 다녀온 그는 스물셋의 나이에 로마 5성급 호텔의 셰프가 된다. 이 년 뒤 이탈리아 투스카나 지역의 고급 호텔인 일 펠리카노에 수셰프로 들어가 총주방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2001년부터는 태국과 상하이의 특급 호텔에서 셰프를 지냈다. 2007년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의 총주방장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왔다가 현재 부인인 신혜영씨를 만나면서 한국에 정착했다.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도 있으련만 줄곧 호텔 경력만 고집해 온 이유는 뭘까. “호텔은 여러 업장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또 개인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보다 행사와 이벤트가 많기 때문에 자신을 단련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습니다.”

너무 일찍 자신의 길을 선택한 데 대한 후회는 없었는지 물어봤다. 그는 “순간 화가 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직업 자체를 놓고 고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열넷에 호텔 조리학교에 갔을 때부터 오로지 요리사의 길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가 오랜 시간 동안 기본기를 다져왔기 때문일까.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강한 기본기”라고 답했다. “조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훌륭한 조리 기술을 익히는 데서 요리가 시작된다. 이런 튼튼한 기본기에 이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좋은 재료, 이 삼박자가 갖춰졌을 때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팀워크’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셰프라도 셰프의 지휘를 따르고 셰프를 뒷받침하는 잘 교육된 팀이 없다면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 시절 경험이 많은 한 선배로부터의 들은 조언을 소개했다. “좋은 팀을 이루면 좋은 셰프가, 좋은 셰프가 있으면 좋은 팀이 나온다. 결국은 좋은 셰프와 좋은 팀은 함께 윈윈하는 것이다.”

대게와 참나물을 넣은 탈리아텔레 파스타. 별다른 장식 없이 재료 자체가 돋보이도록 담은 것이 특징이다.

해산물 요리의 달인

디 살보의 주특기는 해산물 요리다. 그가 호텔 총주방장으로 근무했던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은 바다에 접해 있어 해산물이 다양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어부 친구에게 생선을 구매했는데 이탈리아에선 갈치가 돈이 안 되는 고기라 갈치가 잡히면 그냥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아주 귀한 생선이더군요(웃음).” 디 살보가 이렇게 회상할 정도로 토스카나에선 질 좋은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장어에다 칠리소스를 입혀 장어구이를 만들거나 안초비(멸치)를 염장해 두었다가 빵에 발라먹곤 했다(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해산물에 대한 그의 갈증을 풀어준 곳은 부산이었다. 그는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총주방장으로 근무하면서 자갈치 시장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부산에서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칼다로’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칼다로는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넣고 끓인 이탈리아식 해물탕이다. 어떤 생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질 좋은 생선을 공수하는 게 관건이다.

흔한 해물탕 요리가 그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요리에 대한 그의 장인정신 때문이다. 해물탕 하나 끓이는데 이만저만한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보통의 칼다로는 큰 솥에 생선과 감자 토마토 등을 넣고 한번에 끓여낸다. 하지만 디 살보의 칼다로는 세 번의 공정을 거친다. 우선 해산물과 감자와 토마토를 넣어 우려낸다. 생선의 잔뼈를 가지고 별도의 생선 육수를 준비한다.

이렇게 준비된 두 가지 종류의 육수에다 생선·새우·홍합·조개 등의 해산물을 넣고 다시 끓인다. 일반적인 칼다로는 한 솥에 끓이다 보니 생선뼈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 작은 조각을 낸 뒤 이를 불에 구워서 준비된 육수에 넣는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렇게 해야 구운 생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우러나고 껍질이 바삭하며 생선의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식초와 소금·통후추 등에 재운 청어를 토마토 위에 올린 후 깻잎을 얹은 샐러드.

섬세한 요리, 단순한 담음새

그렇다면 다른 한국의 식재료는 그의 손을 거쳐 어떤 요리로 변신할까. 그는 우선 애피타이저로 청어 샐러드를 제안했다. 청어는 가시를 제거하고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없앤다. 재움용 재료(화이트 와인 식초·설탕·굵은 소금·양파· 씨겨자·통후추)를 한데 끓인 뒤 이를 청어에 부어 식힌 후 냉장 보관한다. 얇게 썬 토마토를 소금과 오일로 간 한 뒤 재워둔 청어를 말아서 올린다. 여기에 깻잎을 올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마무리한다. 토마토의 상큼한 맛과 깻잎의 향이 청어의 비린 맛을 잘 잡아준다.

메인 요리로는 ‘대게와 참나물을 넣은 탈리아텔레 파스타’를 준비했다. 그가 좋아하는 해산물과 나물에다 우리나라 칼국수 면을 닮은 넓적한 탈리아텔레 면이 어우러진 파스타다. 디 살보는 “파스타를 삶을 때는 무조건 파스타 포장지에 쓰여 있는 대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제로(0)%’”라고 설명했다. 파스타 면이 삶아지는 동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넣어 갈색이 되기 전까지 볶은 뒤 참나물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물을 조금 넣어 농도를 조절해 주고, 마지막으로 다진 파슬리를 넣는다. 삶아진 파스타 면을 팬에 넣어 함께 볶은 뒤 접시에 담고 위에 게살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리면 완성이다. 디 살보는 “절대 파마산 치즈를 뿌려선 안 된다”며 “게살의 모든 맛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큼직하게 썬 딸기에 벌집 조각과 생강·유자청을 넣어 만든 디저트.
여기에 디저트로는 제철 과일인 딸기에 한국인들이 겨울에 즐겨 찾는 맛인 유자청·생강·꿀을 이용한 메뉴를 소개했다. 큼직하게 썬 딸기에 벌집 조각과 얇게 썬 생강, 유자청을 넣고 재료들이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섞어준 뒤 냉장보관하면 완성이다. 여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그는 이렇게 만든 음식을 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냈다. 별다른 장식 없이 요리에 사용된 재료들이 큼지막하게 보였고 경우에 따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그의 음식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그는 “아무리 조리 과정이 복잡한 요리라 할지라도 그릇에 담을 때는 재료 자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심플하게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는 섬세하게, 담음새는 단순하게’. 30년 베테랑 요리사의 내공이 묻어나는 조언이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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