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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안 되는데 졸업 미루지 말라니" 대학 5학년의 반란

고려대 09학번 박모(25·여)씨는 ‘대학 7학년’이다. 2013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다 채웠지만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졸업을 거부했다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1과목 이상 등록 의무화 늘어
"재학생만 뽑는 기업들 많은데
절박함 이용해 등록금 장사하나"
대학선 "교육부 평가 기준 때문"

 졸업하려면 영어 성적표(토익 650점, 텝스는 571점 이상)를 제출해야 하는데, 박씨는 제출하지 않았다. 졸업신청도 하지 않았다.



 박씨가 이런 ‘편법’을 동원해 졸업을 거부한 이유는 2년째 취업에 실패해서다.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나 공모전이 많아 재학생 신분을 지키기로 했다. 후배들이 “저 선배는 아직도 졸업을 못했네”라고 수군댈까 봐 학교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 근처 카페에서 공부한다. 박씨의 올해 소망은 취업에 성공해 당당히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요즘 4학년 졸업반은 옛말이 됐다. 5·6학년이 되도록 졸업을 미루는 이른바 ‘노대딩(노땅 대학생의 줄임말)’이 대학가에 흔해졌기 때문이다.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캠퍼스에는 박씨처럼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가 2011년 이전부터 졸업유예제를 실시한 대학 26곳(재학생 1만 명 이상 기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졸업유예 신청자는 2011년 8270명에서 2013년 1만4975명으로 2년 만에 81%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만8570명의 학생이 졸업을 미뤘다.



 당초 대학들은 노대딩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편법적인 졸업유예를 눈감아줬다. 그러나 대학들의 정책이 바뀌고 있다.



 이화여대는 올해부터 ‘과정수료제’를 시행한다. 필수 이수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은 무조건 학사학위 수료자로 처리되는 제도다. 논문이나 영어성적을 제출하지 않아 졸업을 유예했던 기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등록금의 6분의 1 이상을 내고 1학점 이상 추가 등록을 해야 한다. 2014년도 인문사회계열 평균 등록금으로 환산해보면 약 60만원이 든다. 졸업유예자들 입장에선 60만원을 주고 ‘재학생’ 신분을 구입하는 셈이다.



 서울과학기술대와 수원대는 지난해부터 1과목 이상 의무 등록하도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85개 대학 중 졸업유예 제도가 있는 곳은 116곳이다. 63곳은 졸업유예를 제한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학생들은 돈을 주고 재학생 신분을 사야 하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이슬지(23)씨는 “취업난은 사회적 문제인데 대학생들이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냐”며 “부모님께 추가 등록금까지 내달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국대 4학년 권모(26)씨도 “취업에 불리한 부분은 조금이라도 남기기 싫은 절박한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대학이 등록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학년 학생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시립대는 졸업유예에 제약이 없다. 이 대학 재학생 정모(20)씨는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아침 8시부터 도서관 자리전쟁을 하다 보면 몇 년째 졸업하지 않는 선배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노대딩들의 졸업유예를 제한하는 것은 각종 대학평가에서 불리한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재학생이 늘면 대학평가 기준 중 하나인 ‘전임 교원 확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 재정 지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유예생을 마냥 끌어안을 수만은 없다”며 “낮은 평가를 받으면 재학생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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