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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화점 모녀' 사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졌다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 ‘백화점 대표의 친척’이라고 밝힌 모녀가 주차 아르바이트생의 무릎을 꿇리고 따귀를 때렸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갑(甲)질’ 논란이 일고 있다. 백화점 측은 모녀가 대표의 친척도, VIP 고객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모녀는 “주차요원이 우리 차에 대고 주먹질을 했다”며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특권층의 ‘갑질’이라기보다는 한 고객의 ‘진상짓’에 가깝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사건을 한 모녀의 단순한 일탈행위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후진적인 실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엔 진상 고객들의 폭언에 상처받은 ‘감정노동자’들의 분노가 넘쳐난다. 일부의 몰상식한 폭력은 감정노동자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민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53)씨의 가족은 입주민과 경비업체를 상대로 최근 민사소송을 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씨의 죽음에 사죄하고 책임을 다해야 할 관리회사와 입주민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단란했던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직접적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되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갑’이 아니면 ‘갑’을 사칭이라도 해야 손해를 안 본다는 천박한 신분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다. 아직도 일부 기업 오너는 직원들을 머슴으로 알고, 일부 진상 고객은 종업원을 종처럼 하대한다. ‘손님은 왕이다’는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호일 뿐이다.



 고객은 돈을 지불한 만큼 대접받을 권리가 있지만 종업원들의 인격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다. 일각에선 감정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법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지 살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정착돼야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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