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2010년엔 어땠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놓고 친이-친박으로 두 동강 난 상태였다. 의원들뿐 아니라 지지층의 균열도 심했다. 지방선거 때 친박 성향의 유권자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이명박 대통령) 지지를 철회했고 그 결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벌어졌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 투표가 실패로 끝난 것도 친이-친박 갈등과 무관치 않다. 친이계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박근혜의 대항마로 키우려 한다고 의심한 친박 진영이 투표를 적극 독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2010년과 2012년의 차이는 새누리당의 결속이란 변수를 빼놓곤 설명하기 힘들다. 야당은 우리나라의 유권자 구성 자체가 보수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평하지만 그것도 보수 진영이 뭉쳐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하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새누리당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내년 총선이 2010년 모델처럼 되더라도 아주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박 대통령과 과거 불편한 관계였던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연말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사이에 큰 파열음이 났다. 이어 5일엔 공석인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을 놓고 다시 한번 양측이 맞붙었다. 2012년 이후 잠잠하던 계파 갈등이 다시 촉발된 양상이다. 김 대표는 사상 처음으로 공천권을 포기하는 대표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가 자신의 대권 행보를 위해 내년 총선 때 어떤 형태로든 노림수를 만들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 양측의 충돌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친박계 강경그룹에선 4월 재·보선 결과가 나쁘면 김 대표의 거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내 쇄신파 의원들이 “계파이기주의는 당의 망조(亡兆)”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망조란 표현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