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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잘못된 길을 가는 아베의 일본

이철호
논설실장
일본이 사나워지고 있다. 거칠다. 지난해 5월 일본 방송사 보도국장들과 만났다. 당시 일본 TV들은 유독 세월호 참사만 하루 종일 틀어댔다. “처음 사나흘은 팩트 위주로 냉정하게 다루었다. 그 후엔 한국 정부의 헛발질, 한국 사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꼬집는 게 대세다. ‘한국은 역시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프로그램일수록 시청률이 월등히 높다. 일본 미디어들은 별 수 없이 세월호를 그렇게 소비하고 있다.” 요즘 일본 언론들이 ‘땅콩 회항’에 거품을 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투다. 혐한 흐름은 오래 갈 분위기다.



 최근 일본의 반미(反美) 정서도 눈에 띈다. 앤젤리나 졸리의 영화 ‘언브로큰’을 놓고 일본 극우들이 야단이다. 상영 금지에다 앤젤리나의 입국 거부까지 요구한다. ‘1940년대 미국의 영웅’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엔 주인공이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850일간 고초를 겪는 장면이 나온다. 강제노동과 구타가 다반사다. 정작 원작은 더 끔찍하다. 일본군이 군 위안부를 짓밟고 인육(人肉)을 먹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 엄청 밋밋한데도 일본 극우의 반발 소동에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혐한과 반미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의 ‘개헌 보수’가 그 뿌리다. 개헌 보수는 일본의 정통 보수와 DNA 자체가 다르다. 둘을 함께 엮어 ‘일본의 총보수화’로 혼동할 일이 아니다. 자민당은 엄밀히 말해 좌파에 맞서 자유당과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통합한 정당이다. 일본의 정통 보수는 주류인 자유당 쪽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가 설계했다. 평화헌법과 미·일 동맹을 뼈대로 한 친미가 핵심이다. 경제에 치중하면서 이웃 나라와는 현상유지를 골간으로 삼는다.



 개헌 보수의 뿌리는 비주류인 옛 민주당이다.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씨를 뿌렸다. ‘전후 체제의 탈각’이란 명분 아래 ‘보통국가’를 내세우지만, 그 밑에는 무시무시한 비수(匕首)가 숨어 있다. 역사 수정주의와 반미가 그것이다. 일본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평화헌법도 미 GHQ(점령군 사령부)가 강요한 산물인 만큼 극복 대상으로 여긴다. 주변국들과의 긴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베가 개헌에 집착하고 한·중과 마찰을 빚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일본의 능력이다. 최근 미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했다”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경고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단지 인권 차원에서 비판한 게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일정 부분 일본의 역할을 주문하지만, 그렇다고 역사 수정주의까지 용납할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과연 아베의 개헌 보수가 이 레드라인을 독자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형식적 화해는 몰라도 진정한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을 한번 한다고 꼬일 대로 꼬인 양국관계가 풀릴 리 없다. 더구나 일본은 아베의 개헌 보수가 지배하고,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오히려 한·일관계 개선보다 더 이상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조차 벅찰지 모른다.



 아베가 폭주하면 국내 정치적 인기는 높아진다. 다만 그 길이 잘못된 길이란 게 함정이다. 일본 스스로 고립되고 불행을 재촉할 뿐이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닥치고, 외교까지 국제적으로 외면받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아베의 개헌 보수는 기존의 정통 보수와 차원이 다른 경계대상이다. 매우 위험하다. 일본은 그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초등학교용 동영상을 유포해 또 한번 우리를 자극했다. 올 3~4월에는 아베 정권이 처음 손대는 4년 주기의 교과서 검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도발은 앞으로 꼬리를 물 게 분명하다. 늪으로 빠져드는 일본을 향한 이웃 나라의 마지막 당부는 딱 하나다. 目を覺ませ(눈을 떠라), 닛폰!



이철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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