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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수가 심판까지 하는 수상한 기금 평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창규
경제부문 기자
얼마 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와 연금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올해 서울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지난해(1258명)의 세 배에 달하는 건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으로 노후 불안을 느낀 교사가 대거 명퇴를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50대에 중·고교생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지금 퇴직하면 연금으로 월 150만원밖에 받지 못해 아직 퇴직 생각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건 많은 교사가 안타까워하지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서도 “요즘 교사가 잠 못 이루는 건 연금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투자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곳에 ‘정부의 쌈짓돈’처럼 투자되다 보니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하고 결국엔 교사에게 줄 돈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교사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불신을 없애고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0년부터 기금 운용 평가를 하고 있다. 매년 2월 15명 정도로 기금운용평가단을 구성해 지난 한 해 동안 기금 자산 배분과 수익률, 운용방식 등을 평가하고 5월에 최종 보고서를 낸다.



 하지만 기금운용평가단의 상당수 평가위원이 평가대상이 되는 기금의 세부 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개혁시민연합(공개련)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금운용평가단과 전체 기금(64개)의 운용위원 명단을 비교해보니 무려 16명이 평가단과 기금의 운용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평가위원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9개 기금의 운용위원을 겸직했다. 이수영 공개련 정책팀장은 “더구나 16명 가운데 최소 8명은 자신이 활동한 기금을 관장하는 평가단에 있었다”며 “이는 축구 경기에서 자신이 선수로 뛰고 있는 팀의 경기에 심판으로 나서는 격”이라고 말했다. 선수가 심판까지 맡고 있는데 평가가 제대로 될 리 있겠느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기금을 전공한 전문가 풀이 작은 데다 기금 담당자가 알음알음으로 기금 운용위원을 위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A기금에 있던 운용위원이 임기를 마치면 B기금으로 옮기는 ‘운용위원 돌려막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선 “기금 전문가 풀을 대폭 확대하고 평가위원 선정 기준을 세밀히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64개 기금의 규모는 1416조3320억원에 달한다. 1400조원에 걸맞은 새로운 운용과 평가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확산하는 ‘기금 괴담’을 잠재울 수 있다.



김창규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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