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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57>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홍주희 기자
세월호 참사는 우리 재난대응체계의 난맥을 보여줬습니다. 대책본부는 혼란을 자초했고, 우왕좌왕하는 새 ‘골든타임’을 허비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선 재난망 구축을 앞둔 싱가포르 정부 요청으로 재난망 기술 시연이 열렸습니다. 재난망을 준비·운용 중인 외국 사례를 통해 미래의 공공안전은 어떤 모습일지, 한국의 재난망 사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살펴봤습니다.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은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다. 음성 통화, 데이터 통신 등 한정된 기능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서 통신이 급증하면서 망 부하가 발생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반 사용망이 먹통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전용 주파수 대역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안도 필수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촘촘하고 빠른 통신망을 갖춘 최고의 정보통신기술 강국이지만 국민의 안전이 달려있는 재난통신 인프라는 취약하다.



 처음 재난망 도입 논의가 시작된 건 2003년. 192명이 숨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직후였다. 당시 통신체계로는 기관사와 통제실의 무전 내용을 경찰과 소방대원이 들을 수 없었다. 사고 열차 간 교신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정보가 충분히 전해지지 않은 상태로 화재 진압 및 구조팀이 출동해 정작 현장 진입과 인명 구조는 늦어졌다. 당연히 부실한 무전망으로 인한 소통 부재 탓에 초동 대처가 늦어져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가사업은 그해 10월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계획’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12년 동안 주관 부처는 계속 바뀌고 기술방식, 경제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사업은 지금까지 시간만 보냈다.



12년 표류한 재난망 사업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PS-LTE 시연회에서 선보인 관제센터의 모습. 관제센터에선 공공장소의 CCTV, 현장요원의 보고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신속한 지휘를 내린다. 영상정보를 포함한 PS-LTE를 통해 입체적 재난통신이 가능해진다. [사진 모토로라솔루션]


 재난망의 핵심은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관련 기관이 정보를 주고받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통합 재난통신망은 없다. 경찰·소방 등 재난대응기관은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무선 통신 중이다. 경찰은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T)가 개발한 테트라로 무선 교신한다. 소방방재청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테트라를 도입했다. 해양 경찰은 두 가지 방식을 쓴다. 선박과의 무선통신은 VHF(초단파)를, 지역간 교신은 KT파워텔 사용망인 ‘아이덴(iDEN)’을 사용한다. 전국의 지하철 운영기관은 VHF 방식을, 지자체는 VHF, 극초단파 무선통신(UHF) 방식을 쓴다. 제각각인 무선 교신 방식은 평상시 별 문제 없이 운영된다.



 하지만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처럼 위기 상황에선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공통의 통신망이 없어 재난 기관이 보고를 거듭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이 점이 문제였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관매도 남쪽 해상은 일반 통신이 취약한 곳이다. 카카오톡 등 일부 통신을 제외하고는 첫 신고 때부터 통신이 매끄럽지 못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에 최소 3~4단계의 보고 체계를 거쳐야했기 때문이다. 세월호에서 제주VTS로 연락하고, 진도VTS로 다시 넘어갔다가 해경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하나로 줄일 수 있었다면 ‘골든타임’을 흘려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음성+데이터 모두 지원되는 LTE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도 조속히 결론 내서 재난대응 조직이 하나의 통신망 안에서 대응하고 견고한 공조체제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은 탄력을 받아 정부는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 조기 추진계획을 밝혔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PS-LTE(Public Safety Long Term Evolution) 방식을 통신기술표준으로 결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평창군 등 2018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2017년엔 서울·경기 등 5대 광역시에 PS-LTE망 구축을 완성하게 된다. 약 2조원은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테트라를 비롯한 재난망은 음성 중심이다. LTE는 일대일 음성은 물론 영상정보 등 데이터 통신도 가능한 4세대(G) 이동통신표준이다. 여기에 일 대 다 통신, 다 대 다 통신, 기지국을 통하지 않는 단말기 간의 통신, 기지국이 손상됐을 경우 자동으로 다른 기지국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등의 기능을 추가한 재난대응 무선교신방식이 공공안전 재난망, 즉 PS-LTE이다. 아직 PS-LTE는 재난대응 무선 교신 기술 국제표준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PS-LTE가 국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TE로 재난망을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이다. 2001년 9·11사태 이후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미 경찰 헬기는 세계무역센터 위에서 불이 번지는 장면을 녹화했지만 실시간으로 경찰과 소방에 동영상을 전달하지 못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때는 미 전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일원화된 공공재난망 구축 필요성이 부각됐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 국제표준이 되지 않았지만 데이터와 영상을 활용하는 LTE가 입체적 재난대응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 정부 내 별도기구로 ‘퍼스트넷’을 출범시키고 총 사업비 70억 달러(약 7조 7000억 원), 2020년 전환 완료를 목표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텍사스주 해리스카운티 등에서 망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내 초기 적용 지역 네 곳 중 세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퍼스트넷’ 사업에 참여하는 모토로라솔루션 발 비어싱 아시아 및 중동담당 부사장은 “음성뿐 아닌 사진·비디오 정보까지 재난대응 담당자들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PS-LTE는 공공안전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국 등 유럽도 향후 공공안전을 책임질 재난망을 LTE로 대체하는 국가사업을 추진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 장착한 스마트 경찰



 PS-LTE 방식으로 전국에 재난망이 구축되면 어떻게 재난을 예방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선 싱가포르 정부 요청으로 PS-LTE 시연회가 열렸다. 80년 이상 공공안전 무선통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전세계 경찰·소방에 서비스를 제공한 모토로라솔루션이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싱가포르 경찰들이 올해부터 사용할 서비스가 선보였다. 시연은 현장과 관제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의 공공안전’을 보여줬다.



 처음 등장한 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스마트 경찰’. 선글라스처럼 생긴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경찰복에 카메라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촬영한 장면은 스마트폰처럼 생긴 LTE 단말기를 통해 중앙관제센터 및 주변 동료의 단말기로 전달됐다. 경찰의 시선을 따라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현장 상황은 관제센터에서 신속하게 판단하고 지시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실시간 정보는 대응에만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을 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갈등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선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뒤, 모든 경찰들이 몸에 카메라를 지니고 현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마이클 브라운’ 사건과 유사한 공권력의 무리한 운영이 반복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국의 경찰이 카메라를 지참케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싱 부사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을 모두가 공유하고 기록해 법 집행 차원에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찰차도 소형 LTE 시스템을 갖춰 ‘이동 기지국’ 역할을 했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는 영구적인 재난망 네트워크를 배치하고 인구가 적은 지방에선 필요에 따라 신속히 배치할 수 있는 차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순찰차 내외부엔 카메라와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도난 차량 등을 즉시 판별할 수 있다.



 관제센터에서도 PS-LTE를 통한 미래의 공공안전이 구현됐다. 공항·대형쇼핑몰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서다. 다중시설의 CCTV는 현장을 포착할 뿐 아니라 군중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도 갖췄다. 시연에선 의심스런 행동을 보이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쓰레기통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일부러 물건을 두고 자리를 뜨는 것 같은 요주의 행동이 주의 대상이다. CCTV가 잡아낸 이상 행동은 ‘실시간 비디오 인텔리전스(Real Time Video Intelligence, RTVi)’ 시스템을 통해 관제센터에 전송된다. 곧 이어 확대된 남성의 얼굴이 관제센터의 모니터에 뜨고, 현장 주위의 경찰 등 안전요원들에게 해당 영상과 위치 정보가 전달된다. 정보 전달, 상황 판단, 현장 지휘까지 일사불란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싱가포르=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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