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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도 반해버린 ‘90년대 복고 문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어제까지 2회에 걸쳐 발송된 무한도전은 1990년대 인기 가요 프로그램이었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모티브로 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으로 진행됐다. 터보·김현정·S.E.S·쿨·소찬휘·지누션·조성모·이정현·엄정화·김건모 등 90년대 가요계를 휩쓸었던 총 10팀이 직접 출연해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시청률은 지난주(24.8%)에 이어 이번 주 29.6%를 기록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터보의 ‘트위스트 킹’이 울려 퍼지던 엔딩 장면의 순간 시청률은 35.9%까지 치솟았다.

‘토토가’는 방청신청에 7만5000여명이 몰려 150: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방송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방송 현장을 직접 다녀온 학원강사 조혜선(29)씨는 “90년대 가수들과 함께 그때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남편과 함께 갔었는데 서로가 몰랐던 10대 학창시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토토가’의 높은 시청률은 방송 다음날 음원 차트로도 이어졌다. 지난주 터보의 ‘Love Is (3+3=0)’ ‘White Love (스키장에서)’ ‘나 어릴 적 꿈’은 각각 지니 차트 1, 3, 4위에 올랐다. S.E.S.의 히트곡 ‘(’Cause) I’m Your Girl’은 6위에 올랐으며 김현정의 ‘멍’도 14위를 기록했다.


2014년 하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가요계 복고 열풍이 뜨거웠다. JTBC 프로그램 ‘히든싱어’의 역할이 컸다. 8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히든싱어’ 시즌3에는 이선희·이재훈·이적·윤종신·이승환 등 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방송이 끝나면 이들의 과거 히트곡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역주행 현상’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유난히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컴백도 많았다. 9년 전 해체한 ‘국민그룹’ god는 지난 5월 완전체로 돌아와 신곡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했다. 이 곡은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랐으며, god는 여세를 몰아 총 11회의 콘서트를 개최해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0월에는 90년대 대중음악계 아이콘이었던 가수 서태지가 정규 솔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로 컴백했다. 대중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신비주의자’로 불렸던 그는 이번 컴백 이후 각종 예능과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지난달 3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2014 Mnet Asia Awards(이하 MAMA)’에서 ‘컴백홈’을 불러 3040시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같은 달 ‘전람회’로 활동하며 90년대 발라드를 주도했던 김동률도 6집 ‘동행’을 발표했다. 11월에는 유희열이 7년 만에 7집 ‘다 카포’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서 유희열은 “90년대 사운드를 재현한 곡부터 랩까지 전 세대를 포괄하는 음악을 담았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죽음으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마왕’ 신해철의 90년대 히트곡들은 추모열기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사람의 귀는 보수적이어서 자신이 좋아했던 어떤 시절의 노래를 계속 기억하려 하는데 2000년대 이후 대중음악은 양산화된 아이돌과 인디음악으로 양분화 돼 버렸다”며 “90년대에 성장한 세대는 그 사이에 끼어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나는 가수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 세대의 음악을 들려준 것이 3040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에 힘입어 지난해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이 집단적으로 가요계에 컴백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음악·드라마 이어 복고 주점까지…X세대를 울리다

2009년 시작된 Mnet ‘슈퍼스타K’ 시리즈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 MBC ‘나는 가수다’, KBS ‘불후의 명곡’ 등 음악프로그램의 공통된 인기 비결은 매 시리즈마다 과거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출연자의 리메이크 곡은 물론 원곡도 함께 주목받았다.


시각적 효과가 큰 영화와 드라마도 한몫 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 개론’의 배경은 90년대 초반. 94년 발표된 전람회의 곡 ‘기억의 습작’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영화음악으로 삽입되고, 장면 곳곳에서 삐삐·무스·워크맨·CD플레이어 등의 소품이 노출되면서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건축학 개론은 누적 관객수 411만 명을 동원하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20만)을 제치고 한국 멜로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건축학 개론’에서 촉발된 90년대 열풍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응답하라 1994’의 히트로 이어졌다. ‘응답’ 시리즈는 각각 시청률 9.7%, 10.4%로 2012년·2013년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1세대 아이돌과 팬클럽, 록카페와 PC통신, 라디오 녹음 등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음악과 드라마를 통해 확산된 90년대 복고열풍은 3040세대의 일상으로도 스며들었다. 90년대 유행했던 록카페 콘셉트의 복고주점 ‘밤과 음악사이’가 문을 열었고 직장인을 상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직장인들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며 90년대 록카페의 향수에 흠뻑 취했다. 이후 홍대·강남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복고 주점 ‘88젊음의 행진’ ‘별이 빛나는 밤에’ ‘소가 뛴다’ ‘롤라장’ ‘막차’ 등이 생겨났다.

음악 뿐 아니라 소품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주점도 늘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복고주점 ‘리플레이’는 ‘추억싸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조그만 주점 안에는 90년대 잡지·플로피디스켓 등의 소품이 진열돼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길동 영스타 꼬치’ 역시 라디오·카세트테이프, 90년대 촬영 사진 등의 소품들로 공간이 꾸며져 있다. 가게 한 구석에 위치한 스크린에선 당시 유행했던 광고 영상이 돌아간다. 메뉴판 디자인까지 96년도 연예잡지 모양을 차용했다. 이곳의 이광선(33) 팀장은 “매장에 전시된 사진은 직원들의 대학 시절 사진”이라며 “‘X세대’라 불렸던 직원들은 당시 유행했던 소품들을 찾아다니며 옛 추억이 떠올라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20대는 왜 ‘90년대 문화’에 열광하나?

90년대 당시 지금의 20대는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생이었다. 당시의 대중문화를 즐기기에는 한참 어린 나이다. 그러나 지금의 90년대 복고 열풍에 20대가 함께 열광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심예지(23)씨는 “나도 모르는 새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일상의 소품들이 자연스레 기억에 스며든 것 같다”며 “촌스럽다는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동주(27)씨는 얼마 전 신화·god·UN의 노래를 다시 MP3에 담았다. “어릴 때부터 TV·라디오를 통해 여러 번 들었던 노래들이기 때문에 그 익숙함이 좋다”는 게 이유다. 힘든 취업준비를 막 끝낸 직장인 새내기 김소희(25)씨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 걱정 없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질 때마다 그때 노래를 찾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에선 90년대 유행했던 광고·영화 영상과 장난감·학창시절 이야기 등의 게시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 대부분이 20대다. 지난해 1월 개설하고 현재까지 14만 건의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추억팔이’의 운영자(27)는 “추억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인 콘텐츠”라고 말했다. 페이지 이용자들 역시 댓글에 친구들을 태그해서 부른 뒤 “이거 기억나냐?”고 물으며 추억을 나눈다.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의 영상이나 사진을 운영자에게 보내는 적극적인 제보자도 많다. 운영자는 “하루 평균 3~4건, 많으면 10건의 제보가 들어온다”며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딱지, 스티커, 아이스크림·과자 포장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험치가 적은 20대가 90년대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20대는 과거의 모든 것을 복원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 어떤 문화라도 접할 준비가 돼 있는 세대”라며 “그들에게 90년대 문화는 지금 현재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코드일 뿐, 곧 다른 복고 문화가 유행한다면 그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유·조은비 인턴기자
hyunyu_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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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