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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화한 밀렵, 특수 소음기까지…레포츠형 밀렵 성행












지난달 중순의 오후 경북 군위군 산골의 외딴 농가. 대구환경청 자연환경과 소속 김동현(48) 전문위원이 밀렵감시단원 6명이 곳곳에 흩어져 몸을 숨기고 농가를 살폈다. “밀렵꾼 근거지 같다”는 제보를 받고 나온 터였다. 한 단원이 보고했다. “뒷마당에 사냥용 석궁과 사냥개 목에 거는 위성위치확인장치(GPS) 같은 게 있다.”

현장을 덮친 일행은 멧돼지ㆍ오소리 등이 들어 있는 저장고를 발견했다. 농가 안엔 50대 두 명이 있었다. 감시단원 1차 조사 결과 이들은 전문 밀렵꾼이 아닌 자영업자이며, 집도 다른 데 있고 붙잡힌 장소는 사냥용 아지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잡은 동물을 약재상 등에 팔아 넘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취미 삼아 밀렵을 한 것이다.

밀렵의 행태가 바뀌었다. 과거엔 전문 밀렵꾼들이 생계를 목적으로 밀렵을 했다면 이젠 여유 있는 계층이 레포츠 삼아 밀렵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렵철인 겨울을 맞아 본지가 밀렵감시단들을 접촉해 알아본 결과다. 사냥은 하고 싶은데 시험을 쳐서 수렵면허를 얻기는 번거롭다보니 밀렵에 나서는 것이다. 경북 구미에서 활동하는 민경태(36) 밀렵감시단원은 “대구ㆍ경북에서 지난해 붙잡힌 밀렵꾼 대부분이 대형 식당 같은 직업을 갖고 취미로 밀렵을 했다”며 “2013년께부터 생계형보다 레포츠형 밀렵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유 있는 계층이 나서면서 밀렵 장비도 진화했다. 단순 사냥용 엽총이 아니라 망원 조준경에 총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특수 소음기까지 갖춘 ‘저격수급’ 총을 압수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호랑이ㆍ곰 잡는 개’로 알려진 러시아 사냥개 ‘라이카’를 데리고 다니며 사냥한다. 사냥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목에 방울을 다는 대신 이젠 GPS 추적장치를 달고 다닌다. 사냥개는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키워 공급하는 업자들이 있고, 망원 조준경까지 단 사냥용 총은 인터넷과 총포상을 통해 불법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추적하는 밀렵감시단원 장비도 진화했다. 호루라기나 무전기를 들고 이산 저산을 뛰어 다니지 않는다. 전문 포수로 꾸려진 밀렵감시단이 흔적을 찾아 나서고, 밤에도 환히 볼 수 있는 야간 투시경 등을 갖췄다.

레포츠형 밀렵가들이 가세하면서 밀렵으로 희생되는 동물 숫자는 크게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1490마리였던 밀렵 희생 동물은 2013년 4002마리로 169% 증가했다. 대표적 밀렵 대상인 고라니는 2012년 45마리가 잡혔다가 2013년엔 168마리로 거의 4배 가까운 숫자가 희생됐다. 공식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적발된 건 수 역시 2013년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난 수준이라고 지방 환경청 밀렵감시원들은 전했다.

환경부는 매년 11월 말부터 3월까지 집중적인 밀렵 단속을 한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고라니나 멧돼지 밀렵을 신고하면 마리당 50만원, 최대 2마리까지 보상금을 준다. 멧돼지ㆍ고라니 밀렵을 3마리 이상 신고해도 보상금 한도는 100만원까지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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