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건강한 목요일] 골초 하루키의 금연 비법, 3주간 '나쁜 남자'가 되라


직장인 박세훈(36·서울 성동구)씨는 소문난 골초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두 갑 정도를 피웠다. 그러던 그가 지난주 금연을 결심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는데 이번이 가장 오래가고 있다. 박씨는 “20년 가까이 담배를 피우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는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흡연의 역발상’. 박씨 자신감의 배경이다. 그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더 피우게 된다. 이걸 뒤집으면 ‘담배를 피우는 일 자체를 더 큰 스트레스로 만들면 된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박씨는 자신만의 규칙을 정했다. 집이든 회사든 평소 담배를 피우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지정해 이곳에서만 담배를 피우자고 결심한 것이다. 가령 아파트 1층 흡연구역 대신 15분 거리에 있는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담배 피우러 멀리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됐다. 박씨는 “남들이 비웃을지 모르지만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으면서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많다. 금연도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금연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흡연 욕구의 작동방식을 알고 그에 맞는 방법을 써야 효과적으로 금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왕도는 없지만 분명 수월한 방법은 있다는 뜻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START’ 기법을 제안한다. 우선 ▶금연 시작 날짜를 정하고(Set) ▶금연할 것을 주위에 알리며(Tell) ▶어려운 일들을 예상해 보며(Anticipate) ▶집·차·일터에서 담배·라이터를 치우고(Remove) ▶의사와 상담하라(Tell)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면 실패 확률이 크다. ‘금연, 어떻게 해야 할까(How to quit smoking)’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의 유명 금연 전문가 안토니오 하웰 박사는 “금연 일정을 너무 느긋하게 잡기보다는 한 달 내로 잡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박씨처럼 흡연 요인을 분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흡연을 촉발하는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 등 다양하다. 습관을 분석한 후 원칙을 세운다. 가령 커피를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예 커피를 끊는 식이다.

흡연의 폐해를 인식하기보다 금연의 이득을 이해하는 게 금연에 더 도움이 된다. 미국 예일대 의대 벤저민 톨 교수가 2008년 3~6월 흡연자 813명에게는 금연의 장점을, 1222명에게는 흡연의 폐해를 알려줬다. 2주 후 금연의 장점을 들은 사람은 23%가, 흡연의 폐해를 들은 경우는 13%만 금연 시도를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인들의 금연 방법은 독특하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색다른 금연법을 공개했다. 금연을 시작한 후 3주 동안 ▶아무 일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화풀이를 하며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으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샐러리맨들이 3주간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게 힘들다면 휴가를 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화풀이에 대해서는 “쓰라린 마음으로 금연을 하고 있으니 구태여 얌전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담배를 끊으면 배가 고픈데, 담배와 다이어트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말했다. 한국 소설가 김영하는 ‘애도의 금연법’을 제안한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담배 한 보루를 산 다음 한 개비 피울 때마다 담배와 함께했던 인생의 고비를 반추했다고 한다.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병·의원에서 의사나 금연상담사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보건소는 무료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2월 중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의원에 등록해 금연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의 30~70%는 이용자 부담이다. 금연 프로그램은 12주로 구성되며 의사 상담을 받고, 금연 보조제나 약품을 처방받는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금연클리닉 책임의사는 “담배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혼자서 금연하는 게 힘들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약을 처방받아야 금연 확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연 약품은 두 종류가 있는데, 성공 확률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새로운 금연 보조제나 백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의학 분야 최고 권위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12월호에 모감주나무(Goldenrain tree)에서 추출한 시티신(Cytisine) 성분이 니코틴 보조제(껌·패치)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글이 실렸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의대 내털리 워커 교수팀이 1300명을 대상으로 25일간 절반은 니코틴 보조제를, 나머지 절반은 시티신을 주고 관찰했더니 시티신 그룹의 금연율(40%)이 니코틴 보조제 그룹(31%)보다 높게 나타났다. 호주·뉴질랜드에는 시티신이 시판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철민 교수는 “니코틴 백신을 꽤 오래전부터 개발 중이지만 항체 역할이 유지되는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만약 개발된다면 청소년이나 군인 등을 대상으로 흡연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지난해 ‘셀렉타’라는 제약사가 개발 중인 흡연 백신이 5년 후 시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주영·김혜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