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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손흥민 "올해는 기쁜 눈물만 쏟겠다"

손흥민은 세 가지 소망을 말했다. 아시안컵 우승, 맨유 입단, 끝으로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손흥민이 중앙일보 독자에게 보낸 새해 인사를 축구공과 합성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손흥민(23·레버쿠젠)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박지성(33) 이후 확실한 스타를 갈망해왔던 한국 축구에서 손흥민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그가 전해오는 골 소식은 팬들을 즐겁게 한다. 1무2패로 예선 탈락한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도 손흥민의 활약과 그가 터뜨린 골은 희망이었다. 새해를 맞은 손흥민은 호주에서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015 아시안컵이 그 무대다. 한국 축구는 1960년 이후 55년 동안 이 대회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4년 전 아시안컵을 통해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을 치렀던 손흥민은 “운동장에서 모든 걸 쏟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아시안컵 베이스캠프인 호주 시드니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손흥민을 만났다.

 -올 분데스리가 전반기에 11골을 넣었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감독님(로저 슈미트) 밑에서 새로운 축구를 하면서 골도 많이 넣고 즐거웠어요. 리그 일정이 빡빡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조금씩 체력도 늘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루디 펠러 기술단장님이 저보고 ‘작년보다 확실히 뛰는 수준이 달라졌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독일 생활 8년차 독일어가 유창하던데요.

 “독일에서 오래 생활한 (차)두리 형이 독일어 잘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제 생각엔 60%는 따라가는 거 같아요. 처음 1년반 동안 어학원에도 가고, 일반 학교도 갔어요. 그런데 일반 학교는 진짜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학원 다니면서 숙제도 열심히 했고, 만화 스펀지밥을 많이 봤어요. 스펀지밥이 어린이용 프로그램이라서 독일 동료들이 놀리긴 했어요. 그래도 도움 많이 받았죠.”

 가장 좋아하는 독일어 단어가 뭐냐고 묻자 “아무래도 ‘tor(토어·골)’겠죠? 골 넣는 걸 좋아하니까요”라고 대답했다.

 -평소 쉴 때는 뭐 하나요.

 “시즌 들어가면 거의 밖에 안 돌아다녀요. 쉴 때는 집에서 잠만 자는 편이예요. 밤 10시반에 자서 오전 8시에 일어나면 무조건 아침 식사를 해요. 점심에는 운동 시간에 맞춰 12시나 1시에 식사하고요. 심심하면 비디오 축구 게임을 하기는 해요. 게임 할 때 제 팀은 주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죠.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으니까요(웃음).”

 -손날두(Sonaldo·손흥민+호날두)라는 별명이 화제를 모았어요.

 “장난으로 시작된 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제가 호날두를 진짜 좋아하는 걸 알고 몇몇 동료들이 ‘손날두’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점점 퍼져서 팀 동료 대부분이 저를 그렇게 불러줘요. 솔직히 호날두는 제가 은퇴할 때까지도 팬으로 남을 거 같아요. 호날두가 유로2004 결승전에서 그리스한테 져서 눈물 흘린 것도 기억해요. 10년도 넘은 일인데, 그때부터 승부욕 강한 호날두를 롤 모델로 삼았죠.”

 -호날두 때문에 훗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싶어할 거 같아요. (호날두는 2004년부터 4년간 맨유에서 활약했다)

 “맨유는 꿈의 팀이죠. 호날두도 그렇지만 저는 (박)지성 형이 뛰어서 그랬는지 맨유를 좋아해요. 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 상대도 맨유였어요. 그때 너무 못해서 아쉽긴 했죠.”

 지난해 9월 18일 맨유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손흥민은 1어시스트를 하고도 팀의 2-4 패배를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제 인생의 최종 종착지는 아니지만 한번은 꼭 맨유에서 뛰어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손흥민 선수도 눈물이 많아요.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 최종전을 마치고 눈물을 많이 흘렸죠.

 “제가 호날두의 눈물도 따라하나 봐요(웃음). 눈물이 많은 편이에요. 진짜 원하는 게 안 풀리거나 짜증났을 때 화가 나서 그래요. 브라질 월드컵 땐 모든 게 다 슬펐고요. 4년 전 아시안컵 준결승전 때는 일본한테 져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가 생긴 거에 비해서는 승부욕이 남달리 강해요. 욕심이 정말 많아요.”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서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어요.

 “아∼(깊은 탄식), 너무 아쉬웠죠. 만약 유일하게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브라질 월드컵 전으로 돌아가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알제리전 때는 전반에만 3골 내주고 나서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하프타임 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4년을 더 기다리나 싶었죠. 골을 넣기는 했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어요.”

 - 아쉬움을 털 수 있는 기회가 아시안컵이네요.

 “4년 전에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무대였죠. 그 때부터 제 인생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어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4년 전 아시안컵에서 비롯됐고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표팀 막내입니다.

 “4년 전에 제 룸메이트가 (박)지성 형이었어요. 지성 형이 먼저 자고 나면 제가 자려고 했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좀 불편했죠(웃음). 한참 우러러 보는 선배하고 같이 방 쓰는 게 정말 좋았으면서도 사소한 거라도 실수할까 봐 걱정했어요. 지금 동갑내기 (김)진수하고 같은 방을 쓰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죠.”

 -박지성의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죠. 아시안컵 등번호도 박지성이 썼던 7번이고요.

 “에이, 저 아직 멀었어요. 지성 형은 한국에서 축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롤 모델 같은 분이에요. 독일에서 차범근 감독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대단하신 분이예요. 하지만 제가 실제로 선수로서 접했던 지성 형이 한국 축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차 감독님 섭섭하시게 하면 안 되는데…(웃음)”

 - 차두리 선수와의 인연도 남달라요.

 “4년 전 아시안컵 때 처음 만났죠. 그때부터 두리 형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저는 두리 형한테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까지 선수 생활을 해 오시고, 같이 아시안컵에 와 주셔서요. 두리 형 때문에 아시안컵을 꼭 우승하고 싶어요. 두리 형한테 우승컵을 바치고, 4년 전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이)영표 형한테 했던 것처럼 목마 꼭 태워드릴 거예요.”

 -국가대표팀 원톱 공격수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갑니다.

 “저는 선수니까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될 거 같아요. 원톱 공격수를 맡을 사람은 많다고 생각해요. 다들 좋아하는 자리가 있고, 저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도 많잖아요.”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할까요.

 “모든 팀을 다 이겨 전승 우승하고 싶어요. 우리는 운동장에서 최고라는 것만 보여주면 될 거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우리보고 많은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보다는 운동장에서 그냥 모든 걸 쏟아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아쉬움의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아시안컵 끝나고는 기쁨의 눈물 흘려야죠.”

 손흥민에게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한가요”라고 물었다.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운동장 나가기 전에 축구화 신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축구는 제 유일한 행복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마무리 코멘트도 손흥민다웠다. “저는 이제 시작하는 선수예요. 아직은 스스로 50점밖에 못 줄 거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저한테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죠. 더 많이 배우고 싶고, 훗날에는 100점까지 채워야죠.”

시드니=김지한 기자

손흥민은 …

● 생년월일 : 1992년 7월 8일
● 출생지 : 강원도 춘천
● 체격 : 1m83㎝ 76㎏
● 별명 : 손날두
● 출신교 : 부안초-육민관중-동북고(중퇴)
● 프로 경력 : 함부르크(2010~2013), 레버쿠젠(2013~ )
● 주요 경력 : A매치 34경기 7골, 분데스리가 43골
● 2015년 목표 : 아시안컵 우승
● 좋아하는 음식 : 어머니가 해준 밥과 김치·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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