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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 송찬호(1959~ )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꽃의 향기를 구부려 꿀을 만들고

잎을 구부려 지붕을 만들고

물을 구부려 물방울 보석을 만들고

머나먼 비단길을 구부려 낙타 등을 만들어 타고 가고

입 벌린 나팔꽃을 구부려 비비 꼬인 숨통과 식도를 만들고

검게 익어가는 포도의 혀끝을 구부려 죽음의 단맛을 내게 하고

여자가 몸을 구부려 아이를 만들 동안

굳은 약속을 구부려 반지를 만들고


오랜 회유의 시간으로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놓았다

말을 구부려 상징을 만들고

달을 구부려 상징의 감옥을 만들고

이 세계를 둥글게 완성시켜 놓았다


시인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소를 몇 마리 키우고 목수 일을 돕고 산다. 주수입원이 시 고료일지도. 이, 기괴와 죽음까지도 동화적으로 아름다운 시가 그 사실 때문에 가능했다면 지방은, 공부는, 직업과 생계는 얼마나 위대한가. 정말 이만하면 지상 혹은 시의 천국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구약의 근친상간과 신약의 난해한 사랑도 벗고 거룩의 시작인 죄의식의 물화인 연민도 벗고 아름다움의 거룩이 더 거룩해지는 순간. <김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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