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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프랑스처럼 초·중·고서 토론식 시민교육 하자"

대학생들이 질소가 든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고 있다. 과대 포장을 꼬집기 위해 지난 9월에 실시된 행사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사안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 중 하나다. [김경빈 기자]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로 전학 간 정수진(14)양은 현지 중학교 개학 날 풍경을 잊지 못한다. 9월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은 생활 규칙을 정하는 토론을 벌였다. 학교 측은 이 중 핵심적인 것을 뽑아 학부모의 서명을 받아오게 한 뒤 교칙으로 삼았다. 정양은 “한국에서 교칙은 학교가 정해 지키라고 하는 건데 프랑스에선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더라”며 “하지만 책임도 막중해 처벌은 엄격했다”고 말했다. 교칙을 두 번 어기면 부모가 학교에 나와야 하고 같은 사유로 세 번 어기면 퇴학이다. 프랑스의 시민교육을 연구한 대전 대정초 정현이 교사는 “권한과 자율을 주는 대신 책임의식도 길러주는 게 프랑스 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책임의식 길러주는 선진국
프랑스, 학생이 교칙 정해 지키게
독일, 정치시민교육 통해 상호 존중
"나만 도덕적이면 되는 윤리와 달리
시민교육은 더불어 사는 법 가르쳐"



 한국의 교실 풍경은 딴판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사회교사인 임모(53)씨는 “수업 때 학생의 3분의 1이 잠을 자는데 깨우면 화를 내는 아이도 있다”며 “배려나 공동체의 질서를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지역 고교 사회교사 김모(56)씨는 “사회나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시민교육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학생들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느낀다” 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7년 각국 초등학생을 조사한 데 따르면 ‘교실에서 사회 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18.4%에 그쳤다. 프랑스(63%)·영국(54.3%)의 3분의 1 수준이다.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지닌 시민이 육성돼야 하지만 긴 역사 속에서 시민성이 자발적으로 성장해온 서구와 달리 한국은 그런 경험이 적다. 사회 구성원의 시민의식이 길러지지 못하다 보니 대가로 치러지는 비용도 막대하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신뢰와 규범 등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낮아 발생하는 갈등 비용을 추산해 보니 연 82조∼246조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시민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박재창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자기 성찰적 시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국적인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해 경험을 쌓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아빠들은 아이가 세금이 뭐냐고 물으면 ‘도둑이 들거나 불이 나면 경찰이나 소방관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데 필요한 장비나 그들의 봉급이 아빠가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며 “세금을 공동체에 대한 기여 측면에서 가르치는 자세를 한국 부모들도 적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변화도 주장한다. 이범웅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초·중·고에서 이뤄지는 시민교육은 영국·프랑스 등의 서구 사회에서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과 토론식으로 구성하고, 현장에서 체험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학교를 마칠 무렵까지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쟁보다 협동을 강조해야 한다”며 “과제도 개인별로 내지 말고 팀별·조별 활동을 유도하는 게 좋다”고 의견을 냈다. 이동수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나만 도덕적이면 되는 윤리교육과 달리 시민교육은 혼자 잘해선 안 되고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학교 시민교육은 토론 위주인 게 특징이다. 1985년 초·중학교에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을 의무화한 프랑스는 고교에서도 99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초등 3학년이 배우는 시민교육 교과서의 ‘자유’ 단원엔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의 행동을 찾고 무엇이 잘못인지 생각하라’는 질문을 던진다.



 독일은 ‘정치시민교육’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게 하는 데 집중한다. 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독일 시민교육은 평생교육이 특징”이라며 “연방교육센터나 시민대학 같은 기관에서 성인들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활발히 토론한다”고 소개했다.



글=윤석만·윤정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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