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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대신 담배 받으며 도요타 공장 끌려가 부품 조립"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봄. 전북 옥구군에 살던 김모(당시 20세)씨의 집에 일본인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김씨는 곧바로 일본 아이치현의 한 자동차 공장으로 끌려갔다. 거기서 담배로 월급을 받으며 자동차 부속품을 조립하는 일을 2년간 했다. 종전을 앞둔 어느 날 전투기들이 공장을 폭격했다. 간신히 도망친 그는 그동안 모은 담배로 배삯을 치르고 귀국했다. 김씨는 모진 노역의 후유증으로 잦은 병치레에 시달렸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 66곳 새로 확인
산요?코니카미놀타?닛산 계열사 등
강제노역지 일본 내 4042곳 운영
현존하는 기업 총 291개로 밝혀져
임금은 공제하거나 강제로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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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07년 8월 김씨를 상대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김씨는 당시 조사에서 “일본에 끌려갔을 때 일했던 곳은 도요타자동차공업주식회사(현 도요타자동차)가 운영하던 고로모(擧母·현 도요타 시의 옛 이름) 공장이었다”고 진술했다.



 본지가 30일 입수한 ‘강제징용 기업명단 및 일본 내 강제노역지 현황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1931~45년) 일본이 자행한 한국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일본 내 강제노역지 현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4042개소에 이르는 강제노역지는 일본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홋카이도(380곳), 후쿠오카현(243곳), 효고현(239곳) 등 바다와 인접한 곳에 주로 분포돼 있다. 직종별로는 군수공장(1151곳), 광산(907곳), 군사시설(831곳) 등이 많았다.



이번에 강제동원 사실이 처음 발견된 도요타자동차는 고로모 공장(아이치현), 가리야 공장(아이치현)에 각각 1명과 6명의 한국인 노무자를 썼다. 당시 고로모 공장에서는 자동차, 가리야 공장에서는 항공기용 엔진이 생산됐다. 이를 포함해 일본 내 작업장은 모두 4곳이었다.



홋카이도와 아키타현에서 군사시설 공사를 담당했던 이토구미(伊<7C50>組·이토건설), 히로노구미(廣野組·히로노건설)가 운영한 강제동원 작업장은 각각 11곳과 9곳에 달했다. 농기계 제작업체인 구보타는 작업장 9곳을 운영했으며 니혼국제항공공업과 니혼내연기 등 닛산그룹 자회사도 8곳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학기기 등 정밀기계 생산업체인 니콘(7곳)과 코니카미놀타(3곳), 전자기기 업체인 도시바(2곳)도 작업장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제는 한국인 노무자의 임금을 공제하거나 강제로 적립시켰다. 군수기업의 비용 지출, 전비충당금 확보 등을 위해 각종 수당, 후생연금, 보국채권, 보험 등 명목으로였다. 정혜경 위원회 조사2과장은 “전후 극히 일부 기업이 미불 임금과 수당 등의 일부를 일본 법무성에 신고했는데 이게 조선인 노무자 공탁금(供託金)”이라며 “이는 강제동원 기업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피해 실태와 규모가 정부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우리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7월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이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직접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5000만원, 유족에게는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미쓰비시 측은 즉각 항소했다. 미쓰비시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이미 문제가 해결됐고 쟁점이 협정 해석에 관련돼 있어 사기업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법 고상영 판사는 “지난달 6일 조정기일에 미쓰비시 측이 불참해 조정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향후 재판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이장희 법학전문대학원(국제법) 교수는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청산 약속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식민지 통치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현대 국제법 추세에 부응해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을 위한 특별 입법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한국인 강제징용자 동원 새로 확인된 일본 기업 66개



도요타자동차, 니콘, 코니카미놀타, 도시바, 닛산그룹 계열사, 신일철주금 계열사, 미쓰이 계열사, 스미토모 계열사, 미쓰비시 계열사, 히로노구미, 구보타, IHI(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 산요, 이토구미, 마루젠 석유화학, 일본야금공업, 일본유지, JX홀딩스, 쇼와석유, 일본정공, 오사카기공, 오카다카구미, 요시다구미, 도쿄광학기계, 미요시유지, 칼파인, J오일밀즈, 다카오철공소, 다카야마, 미조타철공소, 근기차량, 나니와선거, 다키화학, 도쿄항공계기, 도코타카오카홀딩스, 후지와라구미, 후시키해륙운송, 기타가와철공소, 야마오카제작소, 야마구치합동가스, 사가라제작소, 쇼와자동차, 쇼와전기제강, 쇼와화학공업, 고도부키공업, 야노철공소, 신토염료, 오쿠무라구미, 아사히광말, 웨논홀딩스, 일본공구제작, 일본이기, 일본발조, 일본제분, 아타치석회공업, 가와사키근해기선, 시부사와창고, 아데카, 다이푸쿠, 주키, 가쿠이치카세이, 메타라트, 사노야스, 다쿠마, 도소, 유니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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