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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춘이 깨운다, 서울 풍물시장의 새 봄

극단 ‘전율’이 최근 풍물시장에 문을 연 ‘액션상점’. 1970~80년대 DJ를 소재로 한 공연에서 배우와 손님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청춘시장]


나이 스물 셋의 초상화 작가 고민주씨는 지난달 서울 신설동 ‘풍물시장’에 ‘빨간상점’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30일 상점을 찾았을 때 ‘오래된 빨간 플라스틱 보온병’이 눈에 들어왔다. 고씨는 가격표에 ‘레지-언니가 스카프에 감싸고 다녔을 보온병’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오래된 ‘심슨 가족 피규어’와 ‘빈티지 진’까지 풍물시장 잡동사니 더미에서 발굴한 많은 보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학동 '도깨비 시장' 으로 명성
2008년 신설동으로 옮긴 뒤 쇠락
최근 젊은 작가들 공방 열며 생기
대학생 '회춘 프로젝트' 도 눈길



 고씨는 “고물과 앤티크는 한 끝 차이”라며 “풍물시장에서 건진 몇 만원짜리 물건을 이태원에 가져가면 수십 만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이날 풍물시장을 찾은 인테리어 작가 장수영(33·여)씨는 “이케아 식의 인테리어로는 더이상 많은 걸 표현할 수 없게 됐다”며 “빨간상점처럼 새로 문을 연 가게들이 미리 필요한 소품을 골라놔 아이템 구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던 ‘황학동 풍물시장’이 신설동에서 재기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오래된 물건들이 질서 없이 쌓여 있던 시장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찾아와 새로운 공방과 가게를 열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풍물시장 활성화 계획’을 시행하기에 앞서 풍물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공모했는데, 지원자들이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고씨와 같은 이들이 ‘예술상점’을 열어 영업을 시작했고, 공연가들은 ‘액션상점’을 열어 새로운 실험에 가담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홍대앞·이태원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싶은 청춘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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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예술대학 디자인학부의 졸업학기 학생들이 벌이고 있는 ‘회춘상점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이현주 지도교수는 “우리의 아이디어로 이 공간을 젊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의 연속”이라고 했다.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인 건 ‘디스플레이’였다. 풍물시장에 가면 구제옷과 신발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 많다. ‘일단 물건이 많아야 사람이 온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상인들은 물건 확보에만 열을 올려왔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물건을 살 게 아닌가.’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추려서 편집한 다음 소비자에게 제시하자. 그 외의 물건은 과감히 삭제. ‘이 가게엔 90년대 빈티지 청바지만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걸려 있는 할로겐 전구는 치우기로 했다. 화려해 보일 것이란 기대로 설치했지만 전기료 때문에 쓰지 못하던 것이었다. 향수를 판매하는 윤화근(58)씨 점포는 향수 모양의 유리 장식과 LED 전등으로 꾸몄다. 이렇게 시장을 바꿔가는 게 이들이 말하는 ‘회춘’이다.



 지난달 문을 연 ‘청춘다방’도 다르지 않다. 푹신한 벨벳 소파에 앉으면 탁자 위엔 다이얼 전화기가 놓여 있다. 선반엔 레코드판을 트는 전축과 선데이서울 잡지까지 있다. 매뉴엔 ‘계란 동동 쌍화차’도 있다. 어르신들만 좋아할 것 같지만 젊은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온 윤필영(26)씨는 “계속 감탄하면서 다녔다. 다방에서 옛날 물건까지, 어머니·아버지도 그 시절에 우리처럼 사랑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군 중고품으로 시작된 ‘도깨비 시장’은 70년대 청계천 복개로 전성기를 누렸다. ‘황학동 풍물시장에 가면 탱크도 조립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청계천 복원으로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으로 2008년 다시 신설동으로 옮겨졌다. 그러면서 예전의 생기를 많이 잃었다. 이현주 교수는 “이벤트가 아닌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소비자의 성향을 꼼꼼히 분석하는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식·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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