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세 일본의 '한국사 교과서' … 90년간 규장각 묻혀있었다

서울대 규장각에서 90년만에 발견된 『신간 동국통감』 책판. [사진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김시덕 교수
일제강점기에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판 『신간 동국통감』 책판(冊版)이 90년 만에 서울대 규장각에서 발견됐다. 중세 일본의 한국사 교과서로 여겨지던 중요 자료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1928년 10월 나고시 나카지로 경성제대 예과 교수가 이 목판을 보았다고 언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져버린 이 책판을 규장각 서고에서 찾았다”고 30일 공개했다.

서울대 규장각 김시덕 교수 공개
임란때 약탈로 일본 건너가
새 판본, 일제강점기 돌아와
1928년 10월 이후 행방 몰라
"양국 문화교류 되짚을 계기"



 『동국통감』은 단군조선의 역사가 기록된 조선시대의 대표적 역사책이다. 이번에 김 교수가 확인한 자료는 조선의 『동국통감』을 에도시대인 1667년 일본에서 만든 목판 535장 중 533장이다. 일본판으로 새로 찍어냈기에 ‘신간(新刊)’이란 말을 붙였다.



 김 교수는 “일본 학계에서 소실되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던 이 자료는, 실은 해방 뒤 서울대 규장각으로 이관됐지만 한국 연구자들이 일본 판 목판임을 모른 채 책판 목록에도 언급하지 않아 100년 가까이 묻혀있었던 것 같다”고 뒤늦게 발굴된 까닭을 설명했다.



 『신간 동국통감』(이하 『신간』)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약탈 되어간 『동국통감』 판본을 1667년 현재의 이바라키현에 자리한 미토번의 제2대 번주 도쿠가와 미쓰쿠니가 찍어낸 것이다.



『신간 동국통감』 내용을 시각화해 1853년 일본에서 간행된 『에혼 조선정벌기』의 삽화. 고구려 시조왕인 주몽의 전설을 주제로 했다. [사진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미쓰쿠니는 ‘미토코몬(水戶黃門)’이라 불린 일본 판 암행어사 박문수와 같은 위인으로 오늘날까지도 일본인이 사랑하는 역사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가 강조한 애국주의와 일본주의적 학풍은 ‘미토학(水戶學)’이라 불렸는데 이를 대표하는 간행물인 『대일본사』 서술에 『신간』이 중심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에도 시대 일본에서 한반도 역사 전반을 알기 위해 가장 많이 읽은 서적이 『동국통감』이었고, 미쓰쿠니는 이 책의 애호가로서 삼한이 일본의 번국이니 잘 알아야한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해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견이 많은 자의적 판단의 사관이란 한계는 있지만 일본인의 한국 역사관 확립에 큰 구실을 한 사료였다는 얘기다. 그만큼 『동국통감』이 한반도 고·중세사를 체계적이면서 풍부하게 정리한 책이라는 방증이다.



 『신간』은 1883년(메이지 16)에 이 목판을 이용해 다시 출간되었고, 1916년 3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한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그 목판을 들고 와 조선총독부 학무국 학무과 분실(옛 규장각)에 535장을 기증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후 옛 규장각 자료가 1928~30년 사이에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되었다는 기록을 끝으로 이 목판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임진왜란 때 약탈된 조선 본 『동국통감』이 일본 판 목판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한반도로 건너왔고, 사라졌다가 다시 존재가 확인된 것은 두 나라 문화교류사를 생각하게 하는 기적 같은 사건”이라고 요약했다. 이번에 발굴된 『신간』처럼 한국에 남아있는 중국과 일본의 귀중한 문헌을 발굴해 한국학이 곧 동아시아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이로 인쇄된 문헌에만 매달리지 말고 문헌을 인쇄한 책판 연구에까지 나아가는 서지학계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김시덕 교수는 『신간』의 발굴 경위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정리한 논문을 내년 1월 2일 ‘문헌과 해석 연구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동국통감(東國通鑑)』=조선 전기에 관(官)에서 편찬한 대표 역사서. 56권 28책으로 이뤄진 활자본이다. 1458년 세조의 명으로 시작해 1485년(성종 16) 서거정(徐居正) 등이 완성했다. 역사를 연대순으로 기술하는 편년체 사서(編年體 史書)로 단군조선으로부터 고려 말까지 다루었다. 단기(檀紀·단군 기원)를 쓸 때 기원전 2333년을 출발점으로 하는 근거가 이 책에 나온다.



◆책판(冊版)=옛 한적(漢籍)을 찍기 위해 나무 판지 위에 활자를 박아 글을 새긴 판. 중요한 책의 인쇄용 책판은 유물 대접을 받았다. 여러 판본이 있을 경우, 책판은 그 책들의 가치를 구분하는 자료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