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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진모영 영화감독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첫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



- 박노해(1957~ ) ‘첫마음’ 중에서





이 시를 만난 때는 대학 문을 나서던 무렵이었다. 코스모스 졸업이라 한여름이었지만 세상은 내게 한겨울이었다. 겨울나무처럼 추웠다. 2011년 가을, 선배와 함께 설립해 10년을 이끌며 정든 방송프로덕션을 스스로 떠났다.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들어선 길이었지만 좋은 것도 만들지 못했고, 다큐멘터리도 많이 만들지 못했다. 내 삶은 늘 방송사에 납품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데 소비되었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두고 나니 또 추웠다.



 그러고 나서 만들기 시작한 다큐멘터리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그해 강원도에서 맞았던 추위는 내 생에 겪어본 것 중에 최악이었다. 하지만 얼어버린 손과 달리 마음은 따뜻했다. 첫 마음으로 돌아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니 가슴속은 새 순이 돋는 듯 훈훈했다. 그러기를 3년, 2014년 겨울 차디찬 세상에 독립영화 ‘님아…’를 내놓았다. 얼음 속에서 빚어낸 ‘님아…’는 사람들 가슴에서 녹아 따뜻하게 흘러내렸다.



 이 시를 한자 한자 읽어내려 갈 때마다 매캐한 하얀 연기 속에 겨울나무처럼 깡마르고 젖은 눈빛으로 서있던 오래된 벗들이 생각난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라는 표현은 읽을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이 요동친다. 세상사에 시달려 잎사귀 하나도 없이 수액조차 말라버렸을 것 같지만 우리는 참혹하게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모두 자신을 사랑하기로 하자.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하자. 함께 가자. 진모영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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