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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따로따로' 가 아닌 '따로 또 같이'

[일러스트=강일구]


김종수
논설위원
연말이 됐는데도 도무지 연말 분위기가 나질 않는다고들 한다. 경기가 푹 가라앉아 있는 판에 연말이라고 해서 흥청망청 돈 쓸 기분이 들 수도 없고, 사실 쓸 돈도 없다. 연말보너스를 챙겨줄 수 있는 기업도 가물에 콩 난 듯한 실정인 데다, 그나마 예년에 주던 액수에 비하면 얄팍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이다, 긴축경영이다 해서 인원을 줄이는 판에 잘리지 않고 한 해를 무사히 넘기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단다. 우울하고 쓸쓸한 연말이 이렇게 저물고 있다.



 그러면 을미년 새해는 뭐가 좀 나아지려나 기대를 해보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연말이 더 우울하고 쓸쓸한지도 모르겠다. 매년 정부가 연말에 내놓는 새해 경제운용계획은 밝고 희망찬 내용으로 가득한 게 보통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은 온통 회색빛이다. 애써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피력했지만 성장 전망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3.8%로 ‘안전하게’ 잡았다. 공연히 이루지도 못할 성장목표를 내세우느니 차라리 그게 불가능한 현실을 고백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면서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미루고, 내년 경제정책의 중심을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으로 잡았다.



 당장 내수를 일으킬 묘책이 없다는 점도 이해할 만하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내수가 살아날 가망이 없으니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튼다는 식은 아무래도 곤란하다. 단기적인 경기회복과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고, 하나가 잘되면 다른 것은 안 되는 제로섬게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거꾸로 두 가지를 다 해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는 보완적인 관계다. 각기 별개인 정책목표가 아니라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다 같이 한국 경제 회생을 위해 긴요한 정책과제인 것이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추진해야 할 정책목표란 얘기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 하고 구조개혁을 도외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기가 다 죽어가는데 구조개혁에만 올인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몸이 아픈데 수술을 안 할 수 있느냐”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혁에는 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잘못된 적폐를 그냥 방치해두면 경제를 살리는 데 어려움이 있고 결국 후손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도 했다. 구조개혁만 놓고 보면 백번 옳은 얘기다. 그런데 한 가지 전제가 빠졌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수술을 견딜 만한 체력이 있어야 한다. 영양실조로 체력이 바닥난 환자를 다짜고짜 수술대에 올려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 급하면 영양제도 주입하고, 수술 과정에서의 출혈을 보충하기 위해 대량의 수혈도 하는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체력보강을 위해 경기부양도 필요하고, 근본적인 병인(病因)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수출·대기업 중심의 성장 방식이 한계에 달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 바로 내수·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의 축을 옮기자는 것이다. 이런 성장패러다임의 전환은 경제 전체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는 과제이기도 하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을 내세웠던 이유다. 여기서도 ‘따로 또 같이’ 정신이 필요하다. 내수를 살린다고 수출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고, 중소기업을 키운다고 대기업을 때려잡자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수출은 수출대로 잘되고, 대기업이 세계무대로 뻗어나가는 것이 한국 경제에 이로운 일이다. 다만 그동안 내수가 너무 부진했으니 이걸 좀 더 끌어올리고,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을 부추겨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일이 중요해졌을 뿐이다.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서도 ‘내수·수출의 균형 경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긴 하다. 그런데 수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내수를 키울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내수진작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비스업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획기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그간에 나온 그렇고 그런 지원책을 ‘따로따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각기 따져보면 다 필요하고 올바른 정책들도 산발적으로 남발하다 보면 뭐가 뭔지 모르는 잡탕밥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추진력도 떨어지고 효과도 반감된다. 한국 경제 회생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의 연계성을 높이고 정교한 수순에 따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김종수 논설위원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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