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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2030 열광 이끌어낸 오준 대사 '명연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북한 인권 상황이 최초로 정식 의제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말미에 오준 주유엔 대사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 수백만명의 가족이 북한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이제는 헤어짐의 고통을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겨우 수백km 거리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유엔 북한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 흘립니다. 안보리를 떠나며, 우리는 북한에 있는 무고한 형제자매들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북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부디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볼 때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는 그들을 위해 말입니다.”



불과 3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연설이었지만,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 대사가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울림은 회의장 밖으로도 퍼졌다. 연설 내용이 보도되자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관심을 끈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연설 동영상(https://www.youtube.com/embed/pQEy9IBehfA)을 공유하며 북한 주민들의 아픔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2030세대 사이에서 ‘이상열기’를 불러 일으킨 오 대사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욕에 있는 그는 28일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이 회의는 최초로 북한 인권 상황을 안보리의 공식 의제로 올리는 역사적인 자리였다”며 “이날따라 15개 이사국 말고도 60여개국 대표가 회의에 참석했길래 많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인데, 국내에서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다니 다행스럽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오 대사에게 직접 소감을 전한 이들만 몇백명이라고 했다. 800명 정도였던 오 대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사흘만에 1200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원래 알던 분들의 친구신청만 받는데, 이번에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 가져주시는 게 감사해서 신청한 분들을 다 친구로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청자 대부분이 학생, 군인 등 젊은이들이었다. 흔히 젊은층은 북한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 반응들을 보니 이들은 남북간 대립적 상황이 싫은 것 뿐이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연설은 원고도 없이 한 것이었다고 오 대사는 전했다. 실제 동영상을 봐도 오 대사는 5분 정도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읽다가 이후부터는 원고를 보지 않은 채 다른 이사국 대표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연설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감정, 그 절박함을 전달하기에는 공식입장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에게 북한 인권 문제는 많은 국제 인권 문제 중에 하나, 많은 인권불량국가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 북한은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마지막 연설이었는데, 한국이 이사국 임기를 북한 문제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가슴아픈 우연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 오 대사는 굳이 원고를 만들지 않고 마음 속으로 대략의 내용만 생각한 뒤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먼저 들은 뒤 우리나라의 소회를 밝히고 싶어서 발언 순서도 일부러 의장국을 제외하면 맨 마지막인 열네번째로 신청했다”고도 했다.

오 대사는 개인적으로도 실향민의 아픔을 이해할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이 개성이고, 장인어른이 함경도에 살다 6·25 전쟁 때 월남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인께서는 계속해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셨지만, 끝내 북에 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지 못한 채 10년 전 쯤 작고하셨다.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사의 ‘진정성’에 다른 나라 대사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제라르 아로 프랑스 대사는 회의장에서 오 대사에게 감동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서맨사 파워 미 대사는 오 대사의 연설 내용을 즉시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날에는 오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직원들 전부에게 연설 동영상을 꼭 찾아보라고 했다”고 했다. 본부에서 연설을 생중계로 지켜본 반기문 사무총장도 나중에 오 대사를 따로 만나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사국 임기는 끝났지만,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인권 문제 해결이 필수적 조건이란 인식을 북한 당국에 지속적으로 심어줘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압박을 시작했고, 북한도 과거에 보여주지 않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8년 외교부에 입부한 오 대사는 외교관 생활의 3분의2 이상을 유엔 등 다자외교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의 아버지는 독립 유공자로서 외교부의 창설 멤버이기도 한 오우홍 미국 초대영사이며, 어머니는 건국대 학장을 역임한 진인숙 여사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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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